평탄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무언가 다른 것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상쾌한 기상, 피곤하지만 수월한 준비시간, 평탄한 출근길은 온데간데없는 하루.
잠자리가 불편해 잠이 부족하고, 준비는 하던 대로 했는데 시간이 촉박해집니다.
준비하다 실오라기가 끼었던 손톱 사이가 자꾸만 욱신거려 신경에 거슬립니다.
급히 준비해 나가 보지만, 엘리베이터는 코앞에서 내려가 버립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바에 계단으로 가는 게 빠르겠다 싶어 달려가 보지만,
코앞에서 놓친 엘리베이터처럼 버스도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 버립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다음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갑작스레 속이 울렁거립니다.
뭐 하나 제대로 흘러가는 것이 없는 상황에 괜스레 울컥합니다.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내 자존감을 지킬 시간.
다행스럽게도 급하게 타려 했던 버스는 떠나가 버렸고,
다음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살며시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해 봅니다.
후~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합리화를 해봅니다.
불행한 악몽으로 아예 잠을 이루지 못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급하게 올라탄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멈추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덕분에 계단을 내려가며 운동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오라기가 손톱 사이에 끼인 정도가 아니라 손톱에 큰 멍이 들거나 아침부터 피를 봤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급하게 가다가 다쳤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엇보다 하루의 시작에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위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짜증만 가득했던 아침은 어느새 나를 위한 귀한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이것으로 위태롭던 나의 자존감을 지켰습니다.
쉬운 하루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오늘 하루도 평탄히 흘러가길 바라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