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소아과 화장실에 울리던 한마디

by 공감힐러 임세화

며칠 동안 신경 쓰고 무리해서인지 몸살이 나 버렸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모두 겸하고 있는 곳에 가서 수액을 맞고 오기로 했다.

진료받고, 주사실로 향하기 전 들른 소아과 화장실. 그곳에서 들은 한마디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다.

“엄마가 미안해.”

아이와 함께 병원에 들른 엄마는 아마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다. 옹알이하는 소리로 미루어 보아 아이는 우리 둘째와 엇비슷해 보였다. 15~20개월쯤? 어떤 곳을 가리키며 “어~”라고 하니, 엄마는 볼일이 급한 중에도 아이에게 말한다.

“어~ 거기 뭐 있지~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여기 와서 미안해.”


다급한 말투와 애틋한 목소리가 괜스레 마음이 쓰였다. 아이 둘 엄마인 나는 그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 본다.

아이가 아파서 혹은 예방접종을 하러 온 아이와 엄마는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차례를 기다리던 엄마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참다못한 엄마는 아이를 안고 화장실로 향한다. 혼자 서 있거나 걷는 것에 능숙하지 못한 아이를 문에 기대어 놓고 엄마는 겨우 볼일을 본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엄마의 눈에는 문에 기대 있는 아이가 가득 담기고, 미안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우리 아기, 엄마가 화장실이 급해서 여기까지 데려와서 화장실 바닥에 세워뒀네. 어휴’


이 상황을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게 그렇게 미안해할 일인가?, 아이가 이런 상황을 엄마가 잘못하는 일처럼 여기게 되면 어떻게 하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반복하는 엄마의 모습이 괜찮은 걸까?, 아이가 엄마의 모습을 학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도 경험한 부분이라 어떤 상황일지 공감이 되고 안타까웠다.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했다. 아이에게 미안한 엄마의 마음이지만, 이 모습에는 엄마의 낮은 자존감이 담겨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외출할 때 화장실이 급하면 그렇게 난감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모두 잘 서 있고, 걸어 다녀서 전보다 수월해졌지만, 안고 있어야 했을 때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기 기저귀 교환대나 아기를 앉힐 수 있는 곳이 있다고는 해도 구비되어 있는 장소도 몇 없고, 관리가 소홀해 보이는 곳에 앉히려니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참으려 하는 편이었다. 참아보려 해도 안 되면 데리고 가서 세워두곤 했다. 화장실에 세워두려니 마음이 불편해서 참으려 했지만, 그것이 엄마 몸에는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아이를 키우는 우리도 사람이다.

볼일이 급하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

그것으로 인해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필요한 사과는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볼일이 급해서 아이와 함께 화장실에 가는 것이 그렇게 미안해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아이가 엄마를 미안하다고 자주 말하는 모습으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 또한 전에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불편했지만, 우리 아이들을 보니 엄마와 화장실 가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니 미안하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고맙다.’라고 했으면 한다.

“엄마가 화장실이 급했는데, 갈 수 있도록 우리 아가가 협조해 줘서 고마워^^”


엄마와 함께 화장실을 가는 시간이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시간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가는 호기심 가득한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일상에서 감사함을 찾고, 그것을 표현하는 엄마,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엄마로 아이가 기억한다면, 아이 또한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미안해’가 아니라 ‘고맙다’라는 감사의 음성들이 널리 널리 울려 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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