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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Dec 28. 2023

눈 오는 날의 학교 풍경

얼음 미트볼 선물

창문 밖에 하얀 눈이 내린다. 아이들은 넋을 잃고 하늘만 바라본다. 마음속으로는 얼른 운동장에 나가자고 하고 싶은 눈치다. 소복하게 눈이 내린 운동장은 그림처럼 예쁘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 사방에 눈천지다. 출근길 교통정체를 걱정하며 집을 나서는 순간, 올해는 담임이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일 때에는 늘 이런 날, 아이들 등쌀에 못 이기는 척 바깥에서 눈싸움 놀이를 같이 하곤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쉬는 시간 다음 교실로 이동하려는데 복도 신발장 위에 아이들이 눈을 가지고 놀았던 전리품들이 눈에 띈다. 분명 아침에 눈 내리는 걸 보고 학부모님께 급히 알림장을 전송하셨음에 틀림없다.

아이들이 벗어놓은 장갑만 보아도, 눈 때문에 흥분했을 아이들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셨을 담임 선생님들 생각에 마음이 짠해진다. 아이고, 선생님요,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급식실에서 본관으로 걸어 들어오려는데 옛날에 내가 담임했던 한 학생이 나를 보고 뛰어온다. 왜 이렇게 급하게 오냐고 물어보니 보여줄 것이 있단다. 도대체 뭔데?

"얼음 미트볼이요!" 손은 빨개져서는 눈뭉치를 가지고 얼음 미트볼을 만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아이. 눈이 내린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귀염둥이.

두툼한 귀마개, 눈싸움 흔적이 흥건하게 남아있는 물방울 가득 장갑들, 하루 종일 얼굴이 벌게지도록 눈밭에서 축구를 하고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 모습에 빙그레 웃음 짓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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