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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Mar 17. 2024

일 년 내내 피는 꽃이 있다고요?

계절과 같은 아이

"쌤! ♡♡이가 우리 반 회장으로 뽑혔어요. 쌤이 예전에 담임이셨죠? 정견발표할 때 멘트가 너무 주옥같아서 울컥했다는 거 아니에요! 아이들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길래 뒤돌아서 남몰래 눈물을 닦았어요."  동료쌤 차를 얻어 타고 오다가, 얼마 전 반장 선거 이야기가 나왔다. "축하드려요. 복덩이가 반장이 되었군요!" 도대체 소견 발표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여쭈어본다.

"글쎄 자기는 '계절 같은 회장이 되어보겠다'라고 하더군요. 새롭게 피어나는 봄처럼, 뜨겁지만 열정적인 여름처럼, 결실이 맺는 가을처럼, 눈이 와서 신나는 겨울처럼, 언제나 함께 하는 친구가 되겠다고요." 마치 시를 읊듯 차분히 발표했을 그 아이의 다정한 목소리가 그대로 상상된다.

이 아이가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리코더 연주하는 모습이 내 카메라에 남아있다. 짝꿍이 서툴게 연주해도 차근차근 알기 쉽게 반복하여 알려 주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보들보들 마카롱 같은 이 아이는 자기 일을 완벽히 할 뿐만 아니라 봉사정신도 투철하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걸 자연스럽게 해내는 귀요미가 반장이 되었다니 그 반은 진짜 행운 가득인 거다.

이 아이가 소견 발표 때 퀴즈를 하나 준비했단다. "일 년 내내 지지 않는 '꽃'이 있답니다. 그게 뭘까요?" 잉? 사철 내내 푸르른 소나무 아니고?

"정답은 바로 웃음꽃이에요!" 아, 진짜네. 오호.

"그런데 이게 넌센스 퀴즈다 보니 우리 반 아이 중 한 명이 정답을 맞힌 거예요. 당황할 법도 한데 이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네에, 정답입니다! 웃음꽃 맞아요. 저도 늘 여러분과 웃음 가득한 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게요' 하더라니까요!" 여유로움과 편안함, 포근함은 자랑스러운 이 아이의 타고난 품성이다.

복도에서 우연히 이 친구를 만났다. "어머나, 너 회장 뽑혔다면서! 축하해~~"쑥스러워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웃으며 인사하고 지나가는 그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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