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포기자! 진식태극권 3개월차가 되다!

맨밥 같은 태극권, 동치미 같은 태극권

by 리코더곰쌤

태극권을 배운 지 두 달째가 되었고 이제 세 번째 등록비를 냈다. 내가 세 번째 달까지 수강한 운동은 태극권이 유일하다. 원래 나는 쉽게 무언가를 도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이고 거기다가 운동은 내가 제일 못하는 분야이다.


잘하는 일을 취미로 삼는 것은 보편타당하나 못하는 일을 지속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하는 곳에서 오히려 괴로움을 느끼니 이건 뭐 악순환인 것이다. 체력은 떨어지는데 운동은 하기 싫고 뭐 대충 그렇다.


학창 시절과 어른이 되어서 만난 모든 운동이 내게 좌절감을 주었다. 첫째로 모든 종류의 구기 종목이 그렇다. 예를 들어 탁구와 배구 그리고 배드민턴 등 순발력을 요하는 운동은 정말 꽝이다. 둘째로 지구력을 요하는 운동, 헬스나 수영도 탈락! 같은 동작의 무한 반복은 너무 지루했다. 요가도 몇 달 다녔는데 온몸을 극한으로 찢는 괴로움이 무척 힘겨웠다. 셋째로 너무 빠른 운동도 탈락이다. 대학교 때 재즈댄스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좌우 동작에 방향전환까지 대실패! 남들 다 오른쪽으로 가는데 혼자 왼쪽에 우두커니 서 있다 보면 다음 시간에 진짜 오기 싫어진다.


지난 두 달간 태극권을 하며 적어도 이 운동은 내가 싫어하진 않겠구나 싶었다. 어라! 심지어 재미있기도 했다. 내가 운동에 흥미를 느낄 수가 있다니! 스스로도 신기하다. 내가 느끼는 태극권의 매력은 일단 동작이 매우 아름답다. 정중동이라고나 할까? 고요한 가운데 계속적인 움직임이 있다.


우리 도장 어르신 한 분은 언제나 하얀 흰 봉투에 수강료를 담아 오셔서 사부님께 공손히 인사하시며 봉투를 건네신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도 사부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가득 느껴진다.


흰머리가 성성하신 제자분께서 예를 갖추어 정성을 표현하시면 젊으신 태극권 사부님도 함께 고개를 숙이시며 서로 맞절을 하신다. 수강료를 인터넷뱅킹으로 3초 만에 입금하는 나로서는 흐음, 훈훈한 풍경이긴 한데 atm에서 돈을 찾아 봉투에 넣어 오는 일이 아주 번거로운 일일 듯 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태극권은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쉽게 만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바디프로필을 찍거나 멋진 인스타용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운동과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시니어 분들까지 하실 수 있는 진짜 좋은 운동이다. 잠깐 원데이 체험으로 그 매력을 알기는 역부족이고 같은 동작을 수 없이 반복하고 연구하는 깊이 있는 공부라서 이 운동을 수십 년씩 매진하는 분들이 있나 보다.


태극권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마치 맨밥과 같다. 갓 지은 따끈한 밥처럼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니 질리지 않고 건강에 이롭다. 유행을 쫓아가는 많은 운동들이 편의점 신상품이라면 태극권은 우리네 어머니가 직접 담은 동치미처럼 은근하고 숙성될수록 새로운 맛을 낸다. 나도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꾸준히 태극권의 매력을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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