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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l 31. 2023

권혜원 개인전 행성극장

Planet theater, 갤러리 송은

송은 갤러리에서 열린 권혜원 작가의 미디어 아트 개인전에 다녀왔다. 권혜원 작가는 2019년도에 진행된 제19회 송은 미술대상 대상 수상자라고 한다.

함께 동행한 선배가 물리 전공의 과학 교사라 '행성 극장'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를 무척 궁금해했다.

송은 갤러리와 권혜원 작가에 대한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이 전시 마지막 날 방문한 이곳! 일단 처음 가본 송은 갤러리의 멋진 외관에 우선 압도되었다. 과연 행성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미술로 표현하게 될 것인가?

갤러리 자체의 건축학적 특징은 사실 건물 내부를 관람할 때 더욱 도드라졌다. 각각의 전시실 및 이동 공간 자체도 심미적인 특징이 가득했다. 로비가 있는 1층에서 나선형으로 이루어져 있는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면 권혜원 작가의 그동안의 작업물들이 모아져 있는 아카이빙 공간이 나온다.

그  아래는 이번 전시를 하나의 가상 연구실로 가정하자는 의미의 홍보 영상이 플레이되는 오디오룸이 위치한다.

마치 실험실에서 일하는 과학자처럼 하얀색 가운을 입고 우리를 안내해 주시는 오늘의 도슨트분이 보이는가? 담임 선생님을 쫓아다니는 학생들처럼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각각의 체험실을 쭉 관람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2층 전시실이었다. 전시물의 제목은 '빛나는 기억의 파편들'이다. 너무  멋진 제목 아닌가! 여기에서는 유리에 부착된 렌즈가 쭉 창을 따라 늘어서 있다. 관객들은 이 렌즈를 관찰함으로써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자. 렌즈를 통해 창 밖을 보면 나무가 뒤집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도 나의 눈에 맺힌 상의 모습과 같을 것이다. 나의 가치관, 세계관에 따라 내가 경험하는 세상의 모습도 각기 다르게 보일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떤 안경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미술관의 마지막 전시실은 지하에 위치한 오디토리움이었다. 여기는 들어가면서부터 감탄이 밀려온다. 오디토리움의 천장은 뻥 뚫려 있고 그 위로부터 강한 빛이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전체의 공간감이 느껴지는데 벽을 빙 둘러가며 '궤도 위에서' 영상이 계속 플레이되고 있었다. 스푸트니크의 인공위성 발사부터 시작하는 영상, 그 옛날 우주로 나간 위성 속 우주선의 교신 목소리와 영상이 화면 가득 나타난다. 엄청나게 집중하게 되는 화면 구성이다.

이럿듯 영상을 계속 보다 보면 나 자신이 마치 우주선을 탑승하여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우주 비행사가 된 특별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듯하다.

영상 속에 푸른 우리 지구가 나왔다. 그러자  전시를 관람하던 사람들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동시에 스마트폰을 들어 지구를 찍기 시작한다. 그 일사불란함이란! 마치 영화관에서 웃긴 장면이 나오면 다 같이 깔깔되며 폭소를 터트리듯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카메라 셔터는 인터뷰를 찍는 카메라맨 못지않다.

빛, 소리, 조명, 장소, 영상이 한데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작가의 의도를 전하는 미디어 아트, 난생처음 미디어아트를 접하니 좀 낯설고 어려운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도슨트 설명이 꼭 필요했다. 도슨트 설명을 들은 후 다시 한번 더 재관람을 하면서 작품과 공간이 주는 낯설면서도 새로운 경험이 나의 개인적 사고와 통합되는 것을 느꼈다.

작품을 보면서 혼자 이리저리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작품을 보면 확실히 작가의 작품 제작 의도를 알게 되니 알쏭달쏭 수수께끼 문제를 푸는 듯한 기분이 든다. 미술과 나의 경험이 통합되는 이 느낌이 좋다. 마치 새로운 장소와 시간 안에서 미로 찾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지적인 탐구과정이 주는 기쁨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작가가 숨겨 놓은 실마리를 따라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는 해석의 과정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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