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감정이 다시 깨어나는 내부의 작업실
나는 글을 쓸 때,
언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묻어둔 감정에 불을 다시 붙인다.
오래전에 식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마음,
다 지나간 줄 알았던 상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비워둔 자리들.
그 조용한 잔해들이
내 책상 앞에 모여들어 다시 몸을 얻는다.
그래서 창작은 재활용이 아니다.
버린 감정을 주워오는 일이 아니라,
한 번 끝났던 감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 재점화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건 단어가 아니라
살아남지 못했던 감정들이라고.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의 미세한 조각이
문장 속에서 다시 깨어날 때,
나는 비로소 어떤 진실에 가까워진다.
어떤 문장은,
내가 버리지 못한 마음의 부스러기에서 시작한다.
어떤 단락은,
오래전에 눌러 꺼둔 감정이 다시 불붙은 자리에서 시작한다.
창작은 결국,
내가 견디지 못해 묻어두었던 감정들에게
다시 한 번 살아볼 기회를 주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감정은
겪고 지나가는 사건이다.
오늘 아프면 내일은 좀 덜 아프고,
오늘 기쁘면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진다.
하지만 창작자는 다르다.
감정이 흘러가기 전에… 잡아두고, 저장하고, 다시 태워본다.
감정이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나중에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하나의 질감,
하나의 밀도,
하나의 온도가 된다.
그래서 창작자는 이런 일을 한다:
● 아주 평범한 서운함도
시간이 지나면 문장의 결이 된다.
● 오래된 상처는
서사의 원형질이 되어 어딘가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되살아난다.
● 한 번 흘러갔어야 할 감정들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도록 마음 속 어딘가에 적재된다.
창작자는 감정을 그냥 ‘겪지’ 않는다.
쌓아두고, 발효시키고, 필요한 순간에 빼내서 다시 빛나게 만든다.
그래서 창작자의 마음은 종종 무겁다.
다른 사람은 이미 흘려보낸 감정을
창작자는 아직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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