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강원도 원대리 명품 숲을 만나다
여행시기 : 11월 중순 조금은 쌀쌀해진 초겨울
여행 목적 : 낙엽 떨어진 빈자리를 흰 눈처럼 채우는 숲을 찾아서...
간혹 오늘 눈이 올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버스를 채운 사람들끼리도 오늘 눈이 오려나 비가 오려나 챙기고 온 우산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7시에 출발한 버스가 주중이라 막힘없이 인제에 도착한 시간은 0920분.
서울에서 강원도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였나?
여행을 해외 장거리부터 다녀서 그런지 국내가 낯설기만 한데 서울에 살아도 당일치기 여행으로 강원도조차 쉽게 가본 적인 없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내 인생의 시간들에 잠시 서글퍼진다.
곧 오십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나를 위한 이런 소확행 여행을 시작하다니!
나에 대한 위로, 나에 대한 사랑, 나에 대한 힐링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으니 오히려 다행인 건가!
여행이란? 먼저 마음을 내고 움직여야 한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강원도를 선택한 건데, 정말 날씨가 눈(snow)을 부른다.
전체 7코스 중에서 순탄한 3코스로 가라는 안내를 받고 1시간을 걸어가야 만나는 자작나무 숲.
너무 멀리 있어서 숲에 대한 환상이 멀어질 경사와 약간의 땀방울이 송글 거리려 할 때 눈앞에 정말 눈처럼 뿌려진 숲........... 이건 눈(snow)이 아니라 숲(forest)이구나.
자작나무가 살짝 흰색을 가진건 이미지를 봐서 아는데 산행을 하듯 올라가면서 멀리 허옇게 보이는 그 순간만큼은 아 저기 눈(snow)이 오나보다. 그러나 눈(eye)을 비비고 다시 보니 그건 나무의 어울림이었고 그 자체로 하얀 나무들이었다.
카메라보다 휴대폰으로 대충 찍어도 각이 살아나는 자작나무 숲의 품격 있는 프레임이 놀랍다.
휴대폰으로 이렇게 찍히면 작가들은 멋지게 담아서 얼마나 많은 유혹의 이미지를 날릴 것인가!
흥분해서 빠른 걸음으로 숲을 찾아 뛰듯이 걷다 보니 가장 앞서서 걷는 사람이 되었고 내 카메라에는 인기척조차 없는 조용한 숲 그 자체로 담겼다.
숲이 다른 걸까
계절이 다른 걸까
어쩜 이렇게 확연하게 다른 느낌인지!
숲을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고 셔트를 누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 손님 그쪽으로 내려가시면 안돼요?
너무 열심히 숲을 가로질러 혼자 돌아다니는 나를 가이드가 걱정한다.
- 알아서 하산할 테니 시간 맞춰 주차장에서 만나요.
내려오는 길은 안전하게 임도로 가라고 했지만 나는 숲 속에 살짝 보이는 작은 산책길을 따라 씩씩하게 걸어내려 갔다. 시원하게 정리된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가 우측에 살짝 보이는 안내판은 7코스길이란다.
지도를 펼쳐도 4코스까지만 있고 5~7코스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지 않아서 이리로 내려가도 되나 싶어 책자에 있는 전화번호로 확인까지 하고나서야 산책코스 이탈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내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제대로 된 숲길이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눈처럼 내린 숲.
어두운 숲을 환하게 밝힌 자작나무의 신비.
흰 눈처럼 다가온 숲!
겨울처럼 느끼는 숲!
아름다운 자연의 숲!
마음까지 따듯한 숲!
강원도를 생각하면 오래오래 인제의 하얀 자작나무 숲이 생각날 거 같다.
by 힐링홀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