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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Jun 08. 2021

나이를 염색하는 여인

[독백의 글] 머릿결과 세월

     

새까만 머리를 찰랑거리던 시골 소녀는

흰 머리에 세월을 바꾼 도시여인이 되고,

부드러운 머릿결도 세월 따라 거칠어간다.     


풍성한 머리숱은 매일 조금씩 빠져나가고

웨이브로 볼륨을 살리지만 머리는 가볍다.     


윤기가 반지르하던 머리카락의 나이는

갖가지 염색으로 현재의 시간을 숨긴다.     


감을 때마다 한 웅큼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은

상처에 멍드는 마음처럼 세월을 넘지 못한다.     


만져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머리결처럼

마음은 열어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드라이를 하는 것조차 손상이 될까 걱정되어

미용실에도 맡기지 못하는 나만의 헤어스타일.

    

사람의 성격을 닮아가는 머리카락이 나는 그립다.

반곱슬은 고집이 세다는데 내 머리카락이 그렇다.     


머리를 감기 전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거칠다.

머리를 감고 손질을 끝내면 차분하고 부드럽다.     


나의 마음은 순수하고 부드럽지만 보이지 않고,

나의 머리카락은 가늘고 거칠어 보이지만 곱다.    

 

진갈색으로 치장한 머릿결로 가을의 멋을 부려보지만,

여인의 마음은 봄처럼 화사하고 여름처럼 뜨거웠으니,

소녀의 시간은 하얀 세월을 머리에 얹고 오늘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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