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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Jan 09. 2024

강물을 거스르던 연어는 어떻게 되었을까?

  초저출산 시대에는 아이가 둘만 되어도 애국자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나는 얼떨결에 애국자가 되었고, 국가는 이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다둥이 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저출산의 거센 물결도 불사하고 연달아 둘이나 낳은 나의 용기에 주변 지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강물을 거스르는 비결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둘째를 고민하는 부모들이었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던가?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아이가 주는 마성의 기쁨을 끊기가 힘든 법이다.


 워낙 기다렸던 아이여서일까? 우리 부부는 첫째를 낳고 1년 정도는 힘든 줄을 몰랐다. 그런데 첫째가 돌이 되기도 전에 둘째가 생기고, 그 후로 지금까지 연년생을 키우면서 사정이 변했다. 성실성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리 부부도 현실의 벽 앞에서는 힘없이 스러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를 낳기 직전의 일이다. 언제 아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막달이 되자, 이전과 다른 컨디션에 남편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했었다. 그런데 그 무렵 남편의 회사에서 높으신 분과 실무자들의 회식이 잡혔다. 남편은 아내의 출산이 임박하였음을 죄송스럽게 알리며 회식에 불참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둘째를 낳았고, 남편은 불참자들의 명단과 함께 새로운 회식 일정이 적힌 메일을 받았다. 갓 출산한 아내에게 두 돌이 안 된 첫째와 신생아를 맡길 수 없었던 남편은 다시 한번 사정을 알리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불참자들의 명단과 새로운 회식 일정이 적힌 메일이었다. 머지않아 남편의 머리에는 지름 4센티가 넘는 구멍이 뻥 뚫렸다.


  이때 우리 부부는 무척이나 마음고생을 했다. 아이들이 조금만 컸다면 그까짓 회식 주 5회도 참석했을 터였다. 한 가정에 새 생명이 태어난 사건은 일생에서 단 몇 번뿐이다. 그 몇 번마저도 사유가 될 수 없는 현실이 기가 막혔다. 가정 친화적이지 않은 분위기는 비단 한 회사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짙게 깔려 있었다. 이 사실을 하루에도 몇 번씩 체감했고, 무력감엔 내성도 없는지 매번 우리는 무겁게 짓눌렸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고, 남편의 원형 탈모도 거의 다 나았다. 첫째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둘째는 말이 안 될 정도로 귀엽다. 현실과 사투를 벌여온 부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우리 가정은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다만, 강물에게 흠씬 얻어터진 연어는 사정이 좋지가 않다. 몸과 마음은 여기저기에 상처가 났으며, 같이 사는 동료 연어와 애정을 이어가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먹고사는 일차적인 욕구가 위협받을 땐 위계상 더 높은 단계에 있는 욕구, 예컨대 사랑과 같은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법이다. 연어는 강물에 도전한 벌로 삼둥이의 꿈을 접었으며, 이웃 연어들에게도 함부로 출산을 독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


  한때 패기 넘치던 연어는 이제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몰골로 구시렁 댄다.

“둘째까지 낳고서 할 말은 아니지만, 왜 다들 애를 안 낳는지 알겠어. 애는 너어어어무 예쁜데, 정말 너어어어어무 힘들어.”


  하지만 아니꼬워도 어찌하리, 연어가 살 곳은 여기인 것을. 그저 거센 물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버티는 수밖에.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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