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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스 Jul 08. 2022

사람은 예쁘다.

우리의 예쁨을 기억하며


* 태어난 지 두 시간이 된 우리 아기의 발 사진


  살면서 무언가를 열렬히 원한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저마다 열렬히 좋아하는 연예인의 “팬”이었다. 나도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었지만 굿즈를 사서 모으고 공연을 쫓아다닐 만큼 푹 빠져 있지는 않았다. 그저 누구 하나의 팬이 되지 않으면 또래 집단에도 속하지 못할 것 같은 위기감에, 조금 억지스러운 애정을 보태어 좋아하는 가수를 만들고 팬심을 굳히고자 애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편이 좋아서 결혼했지만 그의 유익을 위해 나의 것을 “기꺼이” 포기할 정도로 성숙한 사랑을 하진 못했던 것 같다. 희생처럼 보이는 행동 이면에도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는 나 자신이 있었다. 부모님의 은혜가 늘 감사하여 할 수 있는 한의 효도는 하지만, 내가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드리는 법은 잘 모르겠다. 이래서 내리사랑만 있고 올림 사랑은 없나 보다.


  이런 내가 생애 최초로 열렬히 좋아하는 대상을 만났는데, 그건 바로 자식이다. 나 자신을 썩 마음에 들어 하는 편이 아니었던지라, 행여나 나를 쏙 빼닮은 아이를 낳으면 진정으로 예뻐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적도 있다. 기우였다. 그간 상식이라 믿어 왔던 모든 것을 뒤엎고 온 인생을 흔들어 놓을 만큼의 “예쁨”이 탄생했으니 말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감정들이 생겨났다. 다른 존재를 위해 나의 것을 기꺼이 양보할 수 있고 그 존재의 괴로움이 나의 괴로움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희한한 마음을 매일 경험한다.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고, 애가 아프면 대신 아파주고 싶다.


  사람이 귀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예쁜 줄은 몰랐다.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은 아기를 보며 “날 닮은 애가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인가 봐”하는 생각을 한다. 밤잠 설쳐가며 진 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이는 내 모습을 보고는 “나도 이런 사랑을 받았겠지”라며 기억도 안나는 시절까지 감사하게 된다. 자신과 인생이 한결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부모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은 “좀 더 키워 봐라. 자식이 원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래서 풋내 나는 자식 사랑을 더 오래 기억하고자 이 마음을 기록해둔다. 그리고 내 자식을 바라보는 예쁜 눈으로 다른 아이들을, 어른들을 보아야겠다 다짐한다. 사람은 본디 예쁘다. 나도 예쁘고 당신도 예쁘다. 우리가 이렇게 예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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