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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네 Jul 24. 2018

머리를 가볍게


“걱정하는 일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러면 (하면 되지) 왜 걱정하는가.

걱정하는 일이 있는데 해결할 수 없는가?
그러면 (할 수 없는 일을) 왜 걱정하는가.”

SNS에서 (불교로 보이는) 어느 종교단체의 지도자가 사람들에게 근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말을 전하는 영상을 봤다. 이걸 보고 웃음이 났고, 문득 걱정이 차오르는 순간을 맞이할 때 이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잠시라도) 효과가 있긴 했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도 잡생각에 도통 잠이 들지 않을 때면 긴급히 명상 모드를 가동하곤 한다.

‘(숨을 들이마시면) 배가 불러오고, (숨을 내쉬면) 배가 가라앉는다.
(숨을 들이마시면) 배가 불러오고, (숨을 내쉬면) 배가 가라앉는다.’

이렇게 몸의 움직임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금방 꼴까닥 잠이 들곤 한다. 독서 모임에서 올해 상반기에 언젠가 사람들의 관심이 명상으로 집중이 됐다. 여러 책에서 결론이 ‘명상’으로 귀결된다는 거다. 너도나도 명상이 과연 무엇인지 찾기 바빴고, 나도 이리저리 명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찾아보았다. 여러 방법과 스타일이 많지만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명쾌하고 간단한 방법은 바로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누워있을 때 더욱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숨을 천천히 들이 마셔보면 배가 불룩하게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어 내쉬기를 마찬가지로 천천히 하면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배가 솟고 가라앉는 몸의 변화에 집중하는 것, 그게 다다. 다른 생각이 그새 들기도 하겠지만 최대한 자제하며 몸에만 집중하다 보면 5분이든 10분이든 잠깐의 숨쉬기 운동이지만 ‘뇌’가 쉬었다는 느낌을 받아서 처음에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도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씩 ‘위파사나’라는 명상을 통해 책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명상에 관해 얘기하는 영상을 보고선 더욱 궁금해졌는데 아마 명상의 종류는 좀 달라도 명상이 주는 효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 듯했다.


휴가를 간다고 해서 좋은 공기도 마시고 나름 쉰다고 쉬었지만 분명히 쉬었음에도 왠지 모르게 피곤했던 이유는 아마도 머릿속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느라 가동을 멈추지 못해서였으리라. 가만히 앉아 명상하고 나니 비로소 ‘뇌’가 쉴 수 있었고 ‘내’가 쉴 수 있었다.

명상 관련 책을 몇 권 찾아보다 보니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요가를 배울 때 ‘마인드풀니스’라는 이름의 수업이 있었는데 이제야 알게 됐다. 그 수업이 특별히 기억나는 이유가 있다. 요가를 거의 처음 접했을 때였는데 그 수업에서만큼은 선생님이 요가 동작에 따라 명상가 같은 느낌으로 쉬지 않고 말을 했다. 쭉 뻗은 팔 끝에서 몸통을 지나 등까지 연결된 근육과 감각을 온전히 느껴보라고 계속해서 설명했다. 코로 숨이 들어와 가슴을 지나 배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몸의 각 부위에 신경을 집중해보라고 조곤조곤 안내했다. 마무리하는 동작으로 사지를 쭉 펴고 누워있는 동안에도 조용히 내 숨에 집중해서 발끝까지 이어진 몸 전체의 감각을 가만히 느껴보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이 수업을 듣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신경을 몸에 집중함으로써 머리가 쉴 수 있었던 거다.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이 발견했듯 많은 책에서 명상을 권하는 이유는 아마 앞으로도 더 복잡해질 세상에서 마음대로 되는 건 많지 않을지 모르니 마음과 정신을 평온하게 지킬 수 있도록 수련해야 한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본 어느 책의 리뷰가 생각난다. 어차피 세상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으므로 그 어느 것도 믿지 말고 우리 자신만을 믿고 ‘자기 자신이 되어’ 살아가라는 요지가 담겼다는 책이. (참고로 프랑스 자크 아탈리가 쓴 <언제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이다)

나의 귀여운 친구는 어느 날 내가 늘 생각이 많은 듯하다며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생각을 잘 안 하는 타입이라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생은 짧기 때문에 가능한 좋은 것만 생각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늘 말하곤 한다. 알면서도 도통 그게 잘 안 되는 나는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싶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타고난 복이겠구나 싶어 부러워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의식적으로 생각 줄이기, 정확히 말하면 잡생각 떨쳐버리기, 또는 걱정 없애기를 틈틈이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바라는 안정과 걱정 없는 삶은 아마 영영 오지 않을 신기루 같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지 않을 무언가 때문에 걱정하느니, 그냥 걱정하지 않는 편이 더 빠르겠다 싶었다. SNS에서 봤던 종교지도자의 말처럼 걱정해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굳이 걱정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다.

“걱정하는 일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러면 (하면 되지) 왜 걱정하는가.


걱정하는 일이 있는데 해결할 수 없는가?
그러면 (할 수 없는 일을) 왜 걱정하는가.”

다시 한번 되뇌며 호흡에 집중해본다. 오늘은 오늘만큼의 걱정을 덜어내 본다. 확실히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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