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엔 그런 곳들이 많다. 가보면 정말 좋은데 이것 때문에 관광을 오라고 하기까진 좀 그렇고 하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선 너무 좋은 곳. 공원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숲 속 북카페도 그렇고, 청량한 부둣가도, 경치 좋은 전망대나 탁 트인 전망좋은 성곽터도, 힙한 카페나 음식점, 문화 공간인데 붐비지 않는 곳들까지 여유로워서 사랑스러운 곳 천지다.
어느 날은 규모가 엄청나다는 대공원을 이리저리 걷다 생각지도 못한 숲 속의 그림 같은 북카페를 발견했다. 초록빛 나무들이 너그럽게 감싸고 있는, 통나무집을 연상하게 하는 예쁜 건물이었다. 건물을 둘러싼 테라스 공간에도 앉을 자리가 꽤 있었고, 건물 앞 마당에도 숲을 느끼며 차 한잔하기 딱 좋은 테이블들이 여유롭게 비치되어 있었다. 카페를 보자마자 소도시이자 핀란드의 제 2의 도시인 탐페레의 어느 숲 속 카페가 겹쳐졌다.
호스트를 따라 숲 길을 걷다 보니 작고 투박한 카페 건물이 나왔다. 일층에는 카페가, 몇 층을 올라가면 작은 전망대가 있다고 했다. 여행 책자에도 잘 나오지 않는 곳이라며 데려가 줬는데 높지도 않은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숲과 호수의 전경이 절경이었다. 카페로 내려와 그곳의 명물이라는 홈메이드 도넛과 커피를 먹었는데 숲 속에서 먹었던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옆 테이블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보았고, 숲 길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한국의 여느 소도시 면적만한 크기에 인구 22만의 여유로운 도시는 나무와 숲이 정말 많았고 자연과 번화가가 근접하며 조화되어 사람 살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호스트는 해외 거주 경험이 많았지만 자연이 넉넉한 아름다운 고향을 떠나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머물던 숙소의 할머니 호스트는 왜 볼 것도 없는 도시로 가느냐는 물음에 나는 “그냥”이라고 말했지만, 그곳에 와보니 알 것 같았다. 나는 그저 ‘소도시’가 좋았던 것 같다. 마음가는 대로 한 선택이 만족 이상이었다.
그때의 감상이 궁금해 여행 기록을 꺼내봤다.
“인구밀도가 높지 않아 여유롭고 자연이 풍부하며 도시 시설과 각종 쇼핑몰까지 잘 갖추어진, 살기 좋은 동네인듯 보였다. 다음 생에는 이런 곳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할까 보다.”
웃음이 나는 마무리였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소도시를 그렇게 좋아하게 됐던 거였구나 했다. 그런 마음 때문에 머물고 있는 울산이 더 좋았는지도, 그런 마음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