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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Feb 14. 2022

지하실 청소와 리노베이션

복수 오퍼의 일등공신

결국 첫번째 오퍼는 엎어졌다. 마음약하기로 소문난 우리 부부는 오퍼자의 요구대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당없이 첫번째 오퍼를 받았는데, 계약해제 즈음에 브로커로부터 그들이 시간을 더주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정말 기막혔다.


우선 그들은 컨디션을 제거하기까지 2달을 요구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끼어있고, 자치정부의 허락과 건축업자의 의견도 필요하다고 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믿었던 것은 건물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보통을 넘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처음 본날 오후에 한차례 더 보고 갔고, 후에도 건설업자, 부인과 함께 와서 샅샅이 살피고 갔다. 인수전까지 총 5번을 보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넣기로 했던 계약금도 며칠 말미를 달라고 해서 미뤄주기도 했다. 보통 이상의 편의를 봐준 것은 건물을 인수할 것 같았기 때문에 작은 것들은 눈을 감아줬었다. 


우리의 우선 조건은 가게를 인수하는 것이라고 했더니, 그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가게경영에 관심이 없고, 아파트를 더 만들려는 데 힘을 쏟는 느낌이었다. 그의 부인은 사회복지사로 박사학위를 받기 직전이라는 말도 부동산업자에게 들었다. 그들이 꿈꾸는 것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일이 자치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니, 실현되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보증수표 하나가 저멀리로 날아가버렸다. 


참으로 어두웠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업자는 6명 정도 관심있는 이들이 있다고 해서, 우리를 안심시켰지만 다시 마켓에 나오고 당장 보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후에 첫번째 Showing 약속이 잡혔다. 부동산업자와 함께 온 그 사람을 보니, 예전에 내가 가게를 볼때 당장 살것처럼 호기심을 보였던 그사람이었다. "I would buy.." 했던. 


사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본 것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마다 큰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 남편과 내가 집을 보러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꼼꼼하게 봐도 30분을 채우기 쉽지 않았는데, 집을 보러온 사람들은 한시간을 훌쩍 넘겼다. 


우리 건물은 나름 꽤 흥미롭기는 하다.

우선 지하실을 사람들이 좋아한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이 청소되어 있다. 100년이 넘은 건물 지하실이 귀신이 나오게 생겨야 마땅하지만, 새로 지은 건물처럼  휑하니 넓다. 작년에 지하실에 있던 온갖 잡동사니들을 사람들을 시켜 청소했다.  남편이 가게에 오는 고객중 그런 허드렛일을 한다는 사람에게 부탁했더니, 그가 사람들을 모아왔다.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와서 며칠간 일을 해줬다. 쓰레기를 청소해주는 대가로 철근이나, 쓸만한 목재, 다시 팔수 있는 캐비넷 등 고물들을 본인들이 다 가져간다. 지하실과 뒷문옆에 큰 기름통이 있었는데, 개스로 바꾼 다음에는 쓰지 않았다. 이통은 쇠부치이고, 그 안에 기름도 많이 들어있어서 개별로 처리하기가 힘든데, 그들은 값나가는 것들이라며 좋아했다. 우리는 판로를 알수없지만, 그들은 일한 댓가로 그것들을 모두 실어갔다. 


가게하면서 모아진 철제 선반같은 것에서부터 100년이 넘은 정체모를 것들까지 말이다. 일하는 청년중에는 중독에 절어서 이가 빠지고 다리를 휘청이는 이도 있어서 안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일이 없다가 불려나온 모습이 역력했다. 지나고 나니 그들이 큰 일을 해줬다. 그런 이들을 Scavenger라고 하는 것 같다. 고물을 취급하는 사람을 알고 있어 그곳에 물건을 갖다주면 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꽤 많은 돈을 챙겼다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됐다. 기름때묻는 작업복을 입고 험한 일을 해준 그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가게를 보러온 사람들은 꼭 지하실로 내려가서 한동안 올라오지 않는다. 건물의 기반을 보게 되고, 가지고 있는 꿈이 어떻게 실현될까, 고민하는 장소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가게를 본다. 가게는 뒤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요즘은 물건을 좀 덜 채워놓은 편이지만, 작년 한해 펜데믹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영향이 없었다. 큰 식품점이 인원을 한정해서 받을 때는 오히려 가게가 붐비기도 했다. 


창고겸 오피스로 쓰는 공간이 조금 복잡하다. 접혀진 박스들과, 정리되지 못한 것들이 넓은 공간에 있다. 창고까지 단정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 공간을 손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너무 큰 공사로 이어질 것 같아서 있는 그대로 팔고, 새주인이 와서 용도에 맞게 정리하길 기대해본다.


그 다음이 한의원으로 쓰고 있는 사무실이다. 약 400 스퀘어 피트의 공간을 막아서 한의원으로 리노베이션했다. 그 공간은 부동산 사무실, 회계사무실 등으로 이용할만하다. 그런 다음에 이층에 올라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있고, 비어있는 2개의 아파트가 있다.


1호실은 85% 정도 리노베이션을 했고, 2호실은 50%, 3호실은 화장실 정도만 손을 봤다. 그중에서도 1호실 리노베이션을 정말 성공적으로 했다. 내안에 그런 감각이 있는가 의심스러울만큼, 일일이 자재를 골라가며 고쳤는데 이게 사람들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1차 쇼잉에서 3팀이 봤는데, 2팀이 오퍼를 넣었고, 2차 쇼잉에서 3팀이 봤는데 2팀이 오퍼를 넣었다. 그것만으로 꽤나 으쓱해지는 일이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해야한다.


1차 계약이 어그러진후 가게에 찾아온 젊은이가, "이사가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아직 집을 팔지못해서 언제 가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그래? 팔렸다고 들었다"고 해서 "그러게나, 그게 틀어졌다"고 했더니 바로 "아, 우리가 관심있다. 와이프와 부모님과 상의해야겠다"고 하면서 나갔다.


설마, 했는데 그 청년과 아내가 귀여운 아이를 데리고 그 다음날 가게를 보러왔다. 그들은 도시에서 시골로 살러온 우리 동네 사람들이다. 예전에 교회로 쓰던 데를 사서 이사왔는데, 키가 훤칠한 중국계 청년이다. 그리고 아내는 예전에 "만두피"를 우리 가게에 와서 찾아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백인 처자이다. 


도시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중에 이들 가족도 도두라져 보였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1시간 이상 건물을 둘러보고 내려와서 우리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이 동네를 떠나는 것은 서운하지만, 혹시라도 가게 문을 닫을까 걱정했다. 동네에 가게는 꼭 있어야 한다"며 건물을 구입하면 가게를 할 확신이 있이 말한다.


사실 처음에 건물을 내놓을 때 가게를 인수하겠다는 사람에게 팔겠다는 다짐을 했었지만, 가게에 관심없어 하는 잠재적 바이어들을 만나게 되니, 가게를 넘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팔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우리는 일단 파는 게 목적이니 말이다. 아니면 가게를 인수하더라도 굳이 큰 관심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언제 가게문을 닫게 될지 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랬는데, 어제 정말 가슴벅찬 일이 벌어졌다. 오퍼가 2팀에게서 동시에 들어온 것이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복수 오퍼의 그 "살떨리는 경험"을 우리도 갖게 된 것이다. 


그 두 오퍼는 정말 달랐다.


중개인 2명이 함께 왔다. 마치 브리핑하듯 첫번째 오퍼를 설명하는데, 황홀했다. 우선 오퍼한 사람들이 그 젊은가족이었다. 중개인이 덧붙이는 말이, "부모님이 도와주실 것이기 때문에 재정적인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 오퍼는 우리가 원했던 그 가격보다 아주 살짝 높았고, 가게를 경영한다는 강력한 희망이 포함되었다.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이유는 그 부모가 좋아하는 숫자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중개인이 설명한다. 중국인들이 "8" 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게다가 그들은 손편지도 함께 가져왔다. 내용은 가게가 나왔음을 알고 관심을 기울였을때 이미 컨디셔널리 솔드가 됐다고 해서 무척 아쉬웠는데, 이렇게 기회가 오게 되어서 감사하다며, 당신들의 뒤를 이어서 이 동네의 일원으로서 이 동네에 필요한 편의점을 잘 경영해보고 싶다는 바램의 글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의 오퍼가 부족한 것이 있으면 다시 알려달라는 말까지 있었다.


흡족한 조건이었지만 단한가지 컨디션 제거 날짜가 너무 길게 잡혀있는 것이 마음에 쓰였다. 2달간 기다리며 마음이 타들어가던 일을 경험한 우리는 그들이 요구한 것보다 조금 줄여서 다시 보냈다. 그리고 가게 인벤토리에서 가게 뒤쪽에 있는 중고물품은 공짜로 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소장하는 물건들과 친지들에게서 거저 받아 진열해놓은 것이니, 그것을 돈을 받고 넘기는 것은 아니기에 말이다.


그들은 둘다 모델로 일한다고 했다. 중개인에 따르면 이번에도 독일로 모델일 때문에 떠나게 되었다고 해서 며칠간의 말미를 주었다. 우리 사전에 이렇게 좋은 오퍼를 다시 돌려보냈다는 것은 꽤나 배포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그랬는데 오퍼를 다시 보낸지 만하루가 안되어 어제 연락이 왔다. 그들이 오퍼를 받아들였고, 이제는 큰일없이 오퍼 컨디션 제거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것이 2월28일이다. 


두번째 들어온 오퍼는 조건이 너무 많았을뿐 아니라, 제시가격도 더 낮았고, 더군다나 우리의 모든 가구들을 모두 합해서 넘기라는 조건이었다. 젊은 부부의 오퍼를 받기전이었다면, 이 오퍼를 받고도 고민을 했었을 수도 있다. 엎어진 오퍼보다는 제시가격이 조금 높았지만, 그들의 1차, 2차 조건이 다 해제되려면 그만큼 또 마음 고생을 할 수도 있었으니 두 오퍼가 한꺼번에 들어온 것은 얼마나 다행이었는가. 어쨋든 2번째 오퍼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No Thanks"로 돌려보냈다.


어느날 진한 눈물이 나왔다. 나의 안일함, 경솔함, 언어 미흡, 협상능력 제로 등 내안에 있는 연약함을 전반적으로 고백하게 됐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끌어주신다는 마음은 있었다. 혹 하나님이 다른 방향으로 하신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집의 상황을 알고있는 자매들과 북클럽 동료들, 그리고 친구들 또한 브런치에도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 이사가고 집을 파는 문제에 하나님은 하나도 관심이 없으시다", 하는 목회자밑에서 오랫동안 세뇌가 되었던 사람에게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 관심이 있으시다. 우리의 때와 하나님의 때가 안맞아서 고통을 받게도 하시지만, 여러 삶을 통하여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보여주셨다. 나를 위해 기도해준 여러분들과 나와 남편의 하나님을 향한 기도를 들어주시고 있음을 알게됐다. 


소소한 사적인 기도를 하는 것은 "조잡한 믿음, 기복적인 믿음"이라고 가르침을 받았던 것에서 하나씩 벗어나고 있다. 나와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조잡한 믿음이 아니다. 이것에서 더 나아가 이웃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고. 이번에 집을 팔고 사면서 너무나 많이 배우고 있다.


열쇠를 받기전까지는 집을 산 것도 아니요, 돈을 다 받기전까지는 열쇠를 줄 수 없으니 집을 판것도 아니다. 지하실 청소는 남편의 숙원사업이었고, 1호실 부엌등 리노베이션은 나의 숙원사업이었다. 집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 큰 두가지 영역을 손봤던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다. 중요도에 있어서 서로 차이가 있었지만, 이번에 가게를 팔면서 서로의 선견지명을 상호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그런 일은 여러 영역에서 일어났다.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 팀웍이 빛을 발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사가는 날짜와 파는 날짜를 꼭 맞게 하는 일은 쉽지는 않은 일임을 알게 됐다. 특별히 요즘처럼 집을 구하기 힘들때는 말이다. 처음엔 집을 먼저 구해놓은 것이 "엄청난 사고"를 친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이제는 어쩌면 잘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모게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것도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여러 경우의 수를 그려놓고 시작했는데, 조금씩 궤도가 수정되었다. 처음에는 일단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없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럴 용기가 없어지면서, 집 쇼핑을 하다가 이렇게 일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말았다. 두번째 오퍼를 가져왔던 그사람의 조건, 모든 가구를 남겨놓으라는 말을 들으니,  집없이 살아볼까 했던 그 "앙큼맞은 우리의 모험"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그랬다면, 그들이 적임자였을 수도 있다.  모험보다는 안정쪽으로 세미 은퇴의 방향이 틀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려는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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