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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Sep 02. 2024

달을 만나다

킬베어에서 곰을 만나는 대신

400번을 타고 달리다 69번으로 갈아타면서 페리사운드쪽으로 가다보면, 고속도로의 풍경이 달라진다. 작은 산이었던 것을 깎아 만든 듯, 잘려나간 바위길을 달리는데, 그 바위위에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멩이들이 눈길을 잡는다. 모양은 대체로 이누잇들의 돌쌓기 모형을 닮았다. 누군가 차를 길옆에 세우고, 그 돌을 쌓았을텐데,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쉽지않다. 100km 이상씩 달리는 그 길에서 한가하게 돌을 쌓을 정성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돌무더기는 그 길을 지날때마다 조금씩 더 늘어나는 것같다.


페리사운드라는 멋진 이정표가 보이는 지점쯤 왔을때, 갑자기 오른발에 쥐가 나려고 했다. 흡, 숨을 들이켜면서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찰나, "저어기, 저런 것들을 좀 찍으면 좋을텐데" 남편이 말한다. 차안에서 무얼 찍는것을 즐겨하지 않는 나를 향해, 남편의 부탁이 떨어진 것이다. "나같으면 조수석에 앉았으면 저런 걸 찍었을텐데.." 아쉬움이 담긴 말투다.


소리를 지를만큼 아프지 않았기에 나는 혼자 조용히 쥐난 다리를 해결하려다, 할수 없이 이렇게 말한다."옆에 사람이 있어도, 말을 하지않으면 혼자 죽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 쥐가 와서 발바닥을 누르고 있는 중이야"라고 설명했다. 둘 사이의 거리가 20cm밖에 안되어도, 나 아파, 소리를 하지 않으니 남편은 한가롭게 본인이 원하는 풍경을 찍지않는다고 불평하고 있는중이다.


숨소리까지 들리는 거리니, 그 정도는 눈치챌수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고, 그사람도 표현하지 않아도 그의 심중을 읽고, 내가 그를 위해서 셔터를 눌러주었으면 했던 거였지 싶다. 캠핑장에 도착하자, 제일 많이 눈에 띈 것이 자전거 타는 캠퍼들이었다. 우리가 가져오지 못한 것이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작고 미묘한 원망을 서로에게 지니며 살아간다. "평생 옆에 있겠다"라는 약속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우리 사이트는 물가쪽은 아니고, 코너에 위치해있었다. 내집처럼 아늑하고, 사생활이 보호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곳은 아니었다. 나를 지키고싶은 보호본능이랄까. 밖에 나와서 다른 사람과 만나고, 대화를 하고 그런 부분들이 여행의 새로운 맛을 첨가하는데, 여전히 그런 환경을 찾게되는 건 무슨 이유인줄 모르겠다. 이번 캠핑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무방비처럼 열려있어도, 서로간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보여도 보이지않는 그런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젊잖은 캐나다인들임을 느낀다.


그날 저녁, 친구에게서 온 메시지로 슈퍼블루문이 떴다는 것을 알게된다. 우리가 캠핑장에 있는 것은 그런 걸 관찰하기 좋은 환경이란 말 아닌가. 장작불을 태우다 밖을 내다보니, 먼곳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있다. 키큰 나무들에 가려 그 불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알수 없었다.


사방이 완전히 어두워졌을때, 플래시를 가지고 물가쪽으로 다가갔다. 낮에 찾았던 그 물가를 향해 가는데 어딘지 짐작이 안된다. 물가에는 사이트들도 있어서, 조심해서 접근해야 했다. 한 무리의 해골들이 움직인다. 아이들이 해골 모양으로 옷에 형광스틱을 붙인 것을 입고있다. 애들임에도, 섬찟했는데 뒤에 부모가 함께 있는 걸 알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물가에 몇몇 일행들이 함께 따라온다.  그곳에선 달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물가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조금 더 돌았다. 50여 미터를 갔을까, 그곳에 휘황찬 달이 떠있었다. 우리의 탄성을 듣고, 뒤따라서 사람들이 쫓아온다. 다행히 삼각대를 챙겨와서 달촬영을 시도는 할 수 있었다. 이날도 통했다. 조금 더 파고들어가는 것, 말이다. 달이 안보인다고 되돌아가지 않고, 물가쪽으로 조금 더 진전하니, 베일이 벗겨지는 경험.



그 다음날 삼만섬 크루즈, 이 남자 혼자 보냈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아무리 좋은 구경이라도, 배에서 풍경만 바라보면서 3시간은 지루할 수 있지 않았겠나. 배는 3층으로 된 큰 유람선이었다. 우리는 우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은 사방으로 트인 대신 의자가 딱딱했다. 교회 예배당 의자처럼 길게 되어있는 곳, 후미진 좌현에 앉았는데, 얼마있다가 커플이 우리옆으로 왔다. 여자는 핸드폰만 보고있고, 남자는 가끔씩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밖으로 나가려면 양해를 구해야 한다. 처음에는 좀 참다가, 나중에 꼭 갇힌 느낌이 들어서 남편은 놔두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선미로, 선수로, 1층과 2층으로 쏘다녔다.


나중에 남편과 함께 2층으로 가니, 그곳은 창문도 있고, 조금 푹신한 의자가 있었다. 옆에 아무도 없어서 자유롭게 자리이동을 할 수 있었다. 좋은 풍경이 있다는 안내가 뜨면 밖으로 모두들 우르르 나와서 사진들을 찍고, 또 안에 들어가 앉기도 하고 자유로웠다.



"섬"이라고 할때, 1에이커 이상되는 육지를 "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지역에 삼만개의 섬이 있고, 그 섬이 모두 정부에 등록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사람들이 소유한 것들도 많아서 한채 혹은 몇채씩 집이 지어져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킬베이 공원 옆으로 배가 돈다. 킬베어 공원은 곰이 자주 출몰한다고 한다. 하다못해 이름이 "죽여라 곰"일까. 이름이 지어진 경우는 알수 없지만, 곰과 관계가 깊은 캠핑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번쯤 사진을 찍는다면, 행운이겠지만, 그걸 위해 곰을 만나고싶지는 않다.


아침 해뜨는 시간이 6시 30분이었다. 아침 일찍이 나가 해도 보고, 아침명상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아침마다 목사님이 전해주는 QT와 기도, 성경읽기와 몇마디 적는 것을 집에서 하는데, 그래봤자 30여분이면 끝난다. 첫날 아침에는 아침먹고, 피크닉 의자를 메고와서 물가쪽에 펴놓고, 이어폰을 끼고 아침 말씀을 들었다. 남편은 옆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 해주었다. 그 시간이 너무 달콤해서 두번째날에는 해뜨는 것을 촬영하고 물가에 앉아서 시도하고 싶었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나오긴 했는데,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맞추려니, 허덕이게 됐다. 조금 나은 자리를 찾아보자 하면서 의자를 메고 열심히 걸었다. 해를 못찍으면 어떠리, 하는 마음이 내게 있는데(나는 언제나 그렇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침해를 찍게 하겠다고 너무 급하게 뛴다 싶었다.


해를 찍는다고 부산을 떠는데, 남편의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 맙소사, 너무 급히 걸어서 가끔 도지는 허리병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남편은 내게 너무 맞추다가 병이 도진 것이다. 발가락의 신경이 무디고, 관절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 조심하면서 살고있는데, 이렇게 아프면 스스로 실망감에 확대해석을 하게되면서 침울해진다.


캠핑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는 일출과 일몰을 목격하는 것,이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잘 담아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의자를 펴놓고, 명상을 하려던 계획도 포기하고, 해만 찍고 철수했다.


아침을 먹고 남편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온타리오 주립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오후 2시에 체크인하여 그 다음날 2시에 체크아웃하게 되어있다. 아직도 넉넉한 시간이 있는 것이 마음에 큰 안정을 주었다. 킬베어 공원의 랜드마크를 보지 못했는데, 아침을 먹고 부랴부랴 떠나야 한다면 얼마나 서운했을까.


킬베어가 유명한 두가지 이유가 있다면, 쓰러져가는 "바람나무"와 "등대"이다. 남편은 그걸 보러가자고 했다. 공원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를 타고 갈 정도로 공원이 넓다. 1497개의 사이트가 있고 그중 절반은 전기가 제공된다. 우리는 등대근처 사이트에 묵었다. 다음에 온다면, 워터뷰로 예약해야겠다. 캠핑장의 워터뷰는 다른 사이트와 가격이 같으니, 부지런의 값만 치르면 얻을 수 있겠지.


우선 등대를 만나러갔다. 역시나, 그 지형은 숨을 멎게 한다. 조가비보다 천배쯤 큰 조가비 모양의 돌들이 켜켜이 쌓여 등대를 포위하고 있다. 바위의 모양과, 흰색 빨간색 줄의 등대는 캐나다를 상징하는데 손색이 없다.


킬베어의 랜드마크 등대


이제는 "바람나무"를 보러가야 한다.  "바람에 쏠린 나무, windswept tree"이라고도 하고, "킬베어 나무, The killbear tree"라고도 부른다. 바위위에 자라는 백송인데, 2019년 한쪽의 가지가 죽어가면서 나무는 점차 기울어 2020년부터 지지대를 부착해주었다고 한다.  죽어가는 이 나무는 킬베어 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모델이 되어주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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