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dy Sep 01. 2024

제2의 신혼여행이라고

두사람의 호흡맞추기 요이 땅!!

일단 휴가를 내고보자,로 시작되었다.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다. 바야흐로 34주년 결혼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틀 동안은 남편이 가고싶어하던 캠핑장을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5년여전에 한번 가봤던 Killbear 주립공원이다. 그 다음 일정은 공백상태로 놔두었다. 처음에는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 함께 하겠다면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태를 보아하니 모두 여건이 편안해보이지 않는다. 특별히 사촌오빠네와 함께 했으면 했는데 그럴 수 없는 사정이라기에 이제는 우리 둘만 떠나보자,로 축약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마음만 맞추면 되는 이번 캠핑은 역대급으로 쉬운(?) 캠핑이 될 예정이었지만, 그 첫번째 시험무대가 배타기 예약과정에서 벌어졌다. 킬베어 주립공원은 삼만개의 섬이 점점이 떨어져 장관을 자랑하는 페리 사운드(Perry Sound)에 있어서 크루즈가 유명하다. 우리 동네도 죠지언베이에 접해있는데, 3시간 이상을 달렸는데도 그 죠지언베이라니, 호수안에 패인 만을 끼고 많은 도시들이 분포되어 있다. 그 웹사이트를 가보니, 3층짜리 유람선을 타고 삼만섬을 돌아보는 전통적인 투어도 있지만, 섬을 돌다가 한섬에 내려서 그곳서 하이킹도 하고 놀다가 다시 배를 타고 오는 "모험"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보트투어를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자신은 삼만섬을 도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두 의견이 팽팽해지자, 남편은 "그럼 서로 다른 것을 해보자, 이 나이에 꼭 같이 다녀야 하느냐?"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나름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서 다른 선택을 해보고, 나중에 그 경험을 나누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 아닌가? 둘이 와서 홀로 지내보는 시간이 상상이 되어 기대감이 차오른다. 그렇게 일단락지으려고 했는데, 매해 킬베어 공원에 다니는 부부가 있는데 마침 아내가 아파서 남편에게 침을 맞으러 왔다가 남편이 하소연을 했던가 보다. "민디가 삼만섬을 도는 유람선 대신, 중간에 내려서 하이킹도 하고 수영도 하는 작은 배를 타고싶어한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 부부가 강력하게 유람선을 타라고 민디에게 전하라고 했다고 해서, 마음이 약해져서 내가 양보하기로 했다. 남편말에는 한섬에 내려서 한바퀴 도는 것은 우리가 있는 킬베어 공원을 한바퀴 도는 것과 무슨 큰 다름이 있겠느냐, 우리는 어차피 그곳에 이틀이나 있을 예정이 아니냐, 그렇게 말하기도 해서, 마음을 슬슬 바꾸려고 하던 참이었다. 새로운 경험을 선호하는 나에 비해, 은근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남편의 차이점이라고 할까.


두가지 선택사항에서 유람선으로 내가 양보했다.^^


그리고 또하나는 전기장판을 가져가느냐, 하는 문제로 이견이 있었다. 전기가 없을 때 쓸수 있는 휴대용 충전기 재커리(Jakery)도 언니에게 빌렸고, 혹시 전기가 안들어오는 곳에서 자게 되면 전기장판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전기가 없어도 트레일러 자체에 있는 프로판 개스로 난방을 할수 있는데, 전기장판이 왜 필요하냐는 이야기였다. "없어도 되면, 말고" 이렇게 말했지만, 이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 기분이 약간 가라앉은 상태가 된다. 막상 떠나는날, 남편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전기장판을 가지고 가자고 했다.


휘어진 바람나무, 킬베어 공원의 상징나무이다. 요즘엔 이 나무를 지탱해주는 보조기구를 설치해줬다.


또 하나는 자전거를 가져가느냐, 하는 것. 음식을 대부분 장만해가니, 큰 시간 들일 필요없고, 나는 뭐하고 놀 것인가가 큰 걱정이었다. 시간이 널널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가져가자, 이렇게 말해놓고 있었는데, 막상 짐을 싣기 시작하니, 막판에 자전거를 실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트레일러도 있고, 트럭이고, 두 사람만 타고 가는데 자전거 실을 공간이 없다고 하면, 소가 웃을 일이지만, 어쨋든 결과는 그렇게 됐다. 이런 저런 잡동사니와 이불과 전기장판을 싣고나니, 공간이 부족하다는 데야. 자전거를 우선으로 두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다. 다 챙겨보고, 자리가 남으면 실어야지 했던 것이겠지. 자전거는 뒤에 매달던지, 일치감치 트럭안에 실어놓고, 다른 것들을 채워넣었으면 좋았으련만, 다시 다 빼내고 새로 시작할 수는 없으니, 자전거는 싣지못하고 떠나게 됐다. 집에서 모든 짐을 챙겨, 트레일러가 세워진 곳으로 가야하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캠핑 트레일러를 장만한지, 둘만 떠나는 캠핑은 처음있는 일이다. 텐트 캠핑으로 시작했다가, 갑작스럽게 트레일러를 구했고, 좌충우돌 캠핑을 그간 해왔다. 텐트 캠핑을 할때면 트레일러만 구하면, 좋은 데서 자고, 전기, 물 맘껏 쓰고, 완전 호화찬란한 캠핑을 하겠지, 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을 깨듣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트레일러를 구한 첫해, 연습삼아 나간 캠핑장에서 불 맘껏, 물 맘껏 쓰다가 전기도 나가고, 물도 졸졸 나오고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시간을 시작으로, 텐트보다 신경쓸 일이 10배는 늘어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도구를 이용한 캠핑이든 최소한의 물자를 쓰는 근검절약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활동이 캠핑이 아닌가싶다.


캠핑 트레일러를 산지는 어언 16년이 되었지만, 캠핑 횟수로 따진다면 매년 많아야 2~3회로 초보자나 다름없다. 초기에는 트레일러를 세워놓을 공간이라도 있었으나 도시로 이사온 후에는 트레일러를 보관해주는 야외창고를 이용하고 있으니, 경제적인 것으로 친다면, 이 트레일러를 계속 갖고있어야 하느냐 마느냐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시간이 가니, 낡아져서 내장은 꽤 많이 손본편이다. 충돌 완충장치가 없어서 먼길을 갈라치면, 못 몇개는 흔들흔들 튀어나와 있다. 남편이 더이상 이짓은 못해, 했으면, 나는 기분좋게 처리하자 했을련만, 그는 자신의 분신마냥, 조이고, 뜯어내고, 고치고 정성을 들였다. 몇년전 바닥이 부풀어올라 잘라내고, 바닥재를 몇군데 다시 깔았는데, 매끄럽게 되지 않아서 크게 감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는 나름 자랑스러워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서 캠핑에도 소극적이었던 남편이었는데, 트레일러에 애정을 쏟는 것을 보면, 조금씩 용기가 돌아오고 있는 것같다. 세미은퇴를 하면서 여행을 많이 다니리라 했는데, 이번 여행이 그 바로미터가 될것같다.


트레일러를 산 첫해 아이들과 동부 대서양쪽으로 여행을 떠났었다. 2,000 킬러미터 이상을 달려야 하는 그런 장거리 여행을 트레일러 운전 경험이 전무한 남편이 감당하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일쯤은 남자라면 쉽게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했던 나도 참으로 철이 없었다. 그런 시간들을 거쳐 우리 차가 포드 트럭으로 정착했다. 트럭 정도는 되어야 트레일러를 끄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점도 알게 된다. 남편이 트레일러를 주차하려면, 나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잘하는지, 뒤에서 봐줘야 한다. 내 맘에는 아직도 매끄럽게 이런 일 척척 하지 못해, 하는 마음이 있지만, 나는 시도도 못하는 일을 그는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발상조차 성적 불평등을 내포하고 있다. 나는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나를 진정시킨다. 남편도 내게만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뭘 모르는 나의 한마디 제안도 어떤때는 예리한 지적이 되기도 해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백지장을 맞들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결혼생활 좀 해본 사람들이 하는 말 아닐까. 두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귀한 시간에 대해서 조금씩 마음이 부풀고 있는 와중에 언니는 이번 캠핑을 "제2의 신혼여행"이라 불러주며, 봉투에 금일봉까지 넣어주면서 축하해주었다.


남편은 캠핑을 떠날때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있다. 음식을 간소하게 먹자,는 말이다. 일주일 여행에 소고기, 돼지고기 밑간해놓고 얼려놓은 것, 고등어, 만두, 떡국, 떡볶이, 홍합탕등과 상추 고추 쌈장과 오이짱아찌, 미나리무침과 김치를 가져갔는데, 정말 알뜰하게 매끼 맛있게 먹었다. 특별히 재놓은 소고기를 잊고 가서, 그 생각이 간절했다. 캠핑 마지막날 저녁 동네 수퍼에 가서 등심 스테이크 부위를 샀다. 이 소고기를 후추, 소금 레몬에 재어놓을까 했는데, 일을 줄이자는 생각에 썰어놓기만 하고, 나중 장작불에 구웠는데,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장작이 숯의 모양으로 이글거릴때까지 태워야 하는데, 그동안은 조바심이 나서, 그걸 기다리지 못했던 것같다. 그래서 불판을 꺼내서 굽기도 하고, 제대로 된 고기맛을 본적이 없었던 것만 같은데, 이날은 불맛과 더불어 고기까지 연해서, 서로 먹여주며, 누군가와 나누지 않아도 되는 호사를 누렸다. 그간 살아온 세월중에서 가장 뿌듯한 것이 있다면, 입맛을 서로 맞추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만족한 식사를 할수 있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제1의 신혼여행은 토론토에서 비행기를 타고 알버타에 가서, 차를 빌려타고 록키산맥이 있는 밴프 자스퍼를 돌았다. 이번 여행이 트레일러로 서쪽 록키산맥을 돌았다면, 더욱 의미가 있었을 것같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제2의 신혼여행은 아무래도 서쪽으로 일주하는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싶다. 이번에는 전지훈련 정도로 생각해도 될듯싶다.







이전 09화 화이트 산맥에서 다진 우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