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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Sep 10. 2024

지갑을 챙겨라

두강의 호수, 알공퀸 캠핑장에서

바위에서 서생하는 나무들이 없지않다. 바위위에 낙엽이 쌓이고, 그 위에 이끼같은 생명체가 자라고, 그 생명체를 기반으로 떨어진 씨앗이 움을 틔우고, 생명력이 강한 뿌리는 흙을 향하여 뿌리를 깊게 내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줄기찬 노력을 해서 살아남는다. 킬베어 나무가 유명한 이유는 그 장소 때문이 아닌가싶다. 넓게 드리워진 호숫가 바위언덕에 오로지 한그루가 있다는 것. 주변에 떨어질 낙엽도 없는데서 살아남은 그 생명력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가싶다. 쓰러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안타까움과 그 생명나무의 질긴 생명력은 악조건을 이겨낸 나무의 승리같은, 인간세상에서도 보이는 약한 것의 강함에 대한 상징을 내포한다고 보인다.


킬베어 주립공원의 상징의 하나인 바람나무


바람나무와의 만남을 끝으로 킬베어를 떠나서 알공퀸쪽으로 가기로 했다. 킬베어에 있는 동안 캠핑장 사이트를 예약할 수 있었다. 이틀 정도 머무를 곳을 찾았으나, 하루 전기가 안되는 곳이 나와서 일단 그곳에서 하루 보내면서 다음 일정을 계획하기로 했다. 


알공퀸 주립공원은 경기도 넓이만한 살림이라고 한다. 가을에 단풍이 유명하며, 여러 트레일과 전망대가 있다. 우리는 이름이 예쁜 두강의 호수(Lake of two rivers)에 사이트를 얻었다. 알공퀸 공원을 가로지르는 하이웨이 60번을 타고 가다보면,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10개가 넘는 캠핑장이 있고, 주변에 개인공원과 많은 숙소들, 알공퀸에 근접한 주립공원들도 있어서 알공퀸은 그야말로 거대한 자연이면서 사람들에게 멋진 휴식의 공간을 제공해준다.


아이들과 어릴때 갔다온 경험이 있고 이번에 3일간 머물다 왔지만, 아직도 알공퀸을 본것같지는 않다. 약간 악수만 한 사이같은 느낌.


두강의 호수 공원에 도착했다. 여느 주립공원과 마찬가지로 사이트의 넓이가 대단했다. 이곳에서는 하룻밤 자기로 했으니, 트레일러와 트럭을 분리하지 않기로 했다. 폭신한 솔잎이 카펫처럼 두툼하게 깔린 공원이었다.


전기가 없는 곳이었기에 해가 지는 밤이면 잠자리에 들게 되었고, 해뜰 시간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이런곳에서의 캠핑은 그런 면에서 인체의 사이클을 재조정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었다. 자신있게 전기가 제공되지 않은 곳을 가게 된 이유중의 하나는 언니에게서 빌려온 재커리(jakery 500)라는 파워 스테이션이 있기에 조금 더 쉬웠다.


재커리로 전기장판을 켜고, 핸드폰을 충전했다. 아이스박스안에 채워온 얼음으로 가져온 음식들을 넣어놓았고, 큰 불편이 없었던 것 같다.


두강의 호수 공원에서의 기억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새벽에 일어나 해를 볼수 있나 호숫가로 나갔는데, 아스라이 안개낀 호수의 모습이 숨을 멎게 했다. 



두개의 강 호수, 아침풍경


두번째는 자전거다. 이 캠핑장에서 이웃 캠핑장까지 숲속을 다닐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유명하단다. 자전거를 빌려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전기자전거를 빌려보려고 했는데, 그 가게에 있는 자전거중 가장 안장이 낮은 것조차 내가 타기에 힘겨워서 포기하고, 일반 자전거를 빌렸다. 나는 의욕만 앞서는 사람이다. 사실 자전거는 최근에 다시 배웠다. 안장이 불편하다는, 엉덩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타지도 못했으면서, 그 타령을 했던 거다. 어쨌든 자전거를 타고 알공퀸 자전거 트레일을 도는중, 일정 부분의 살림이 작은 키들의 나무들과 잡풀들이 섞여서 자라고 있는 지형이 보인다. 숲속의 벌판이다. 몇몇 불에 그을린 키큰 나무들도 있고, 그중에서도 살아남은 나무들이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안내문을 보니, 공원 직원들과 소방관들이 일부러 불을 낸 곳이라 한다. 생태계 살리기 실습을 하는 곳이라고 했던가. 어떤 식으로 그 일을 행했을까? 자로 긋듯, 막을 세우고 불을 붙이는 사람들과, 불타는 자연을 상상해본다. 아니면, 골을 파내고, 그곳에 물을 가득채우고 번지지 않게 했을 수도 있겠지.



인공 불로 인한 벌판(위) 과 카약과 자전거를 타면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그렇게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옆에 기념품 가게에 가서 구경했다. 아이들에게 줄 스웨터를 보는 남편에게 제발 애들 생각말고 옆에 있는 사람이나 생각하라고 했고, 금일봉을 준 언니에게 줄 두툼한 리딩 양말만 하나 샀다. 


이제 점심을 먹고 출발하면 모든 게 완벽한 1박 캠핑이 된다. 그런데 남편이 등에 맸던 사진기 가방을 내려놓는데, 가방의 지퍼가 반쯤 내려와 있다. 우선 핸드폰 삼각대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흰스웨터를 입다가 더워서 집어넣었는데, 그건 있었다. 남편은 점심을 준비한다면서 남고, 온길을 되짚어 삼각대를 찾으러 가려고 나섰는데 갑자기 지갑에 생각이 미쳤다. 크레디트 카드와 운전면허증만 든, 카드 홀더였다. 그래서 되돌아가서 가방안을 뒤졌는데 없었다. 자전거를 다 탄후 반납하면서 값을 치르려고 했는데, 남편이 자신이 결제하겠다고 해서, 내 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 카드 홀더를 그후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에 없었다.


남편과 함께 지갑을 찾으러 온길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자전거 반납하는 곳까지 다시 갔는데, 고맙게도 하늘색 삼각대가 길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분홍색 홀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자전거 렌트하는 직원에게 누군가 지갑을 갖다주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런적 없다며, 전화번호를 남겨놓으라고 한다. 그 다음은 기념품 가게, 그곳에도 없었다. 역시나 전번을 주었다. 그녀들은 캠핑장 사무실에 한번 가보라고 했다. 그곳에 가서 다시 신고를 한다. 그들은 알공퀸내 다른 사무실에도 연락해놓겠다고 한다. 우리는 떠날 시간이 가까워서 기다릴 시간이 없는데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룻밤 더 머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느냐고 했더니, 두군데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번호를 받아들고 답사했는데, 마음이 끌리는 곳이 없었다. 이러나 저러나 많이 걸으면 힘들어하는 남편을 데리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실망한 마음으로 다시 사이트로 돌아왔는데, 번쩍 하는 뇌의 움직임이 있어서 내 스웨터를 다시 한번 자세히 봤다. 스웨터 지퍼가 있는 주머니에 내 카드홀더가 들어 있었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곳에 넣어놓고,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재빨리 라면을 끓여먹고 이 사이트를 떠날 때가 되니, 오후 2시를 향해 초침이 흐르고 있었다. 남편은 "한마디"하려다가 멈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두강의 호수 캠핑장에서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이제 이틀밤을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를 찾아야 했다. 캠핑장을 찾지 못한다면, 노지(?)에서 한번 자보자, 이런 작은 결심이 있긴 했다. 한번도 노지 캠핑을 해보지 못해서 그것이 풀어야할 숙제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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