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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y Sep 18. 2024

광활한 온주 주립공원에 반하다

사무엘 드 샹플랭 공원

다시 지도를 펴고, 어느 공원으로 가야 하나 검색해본다. 남편은 시골길이라 그런지, 운전에 크게 스트레스 받는 것 같지는 않다. 너무 작고, 숲속에 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한 공원은 건너뛰고, 몇개를 찾다가 만난 공원은 사무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이란 온주 주립공원이다. 캐나다 국립공원은 가까운 곳에 많이 없고, 주립공원은 꽤 많은데, 올해의 테마는 주립공원 방문이 된 것 같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원권(?)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신경전을 벌였을 것 같다. 


이번에 발견한 주립공원의 장점은 광활한 자연안에 있으며,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잘되어 있고, 사이트가 넓은 게 특징이었다. 대부분 강가, 호수를 끼고 있고 비치가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체크아웃 시간이 늦었던 것. 공원이든 호텔이든 아침을 먹으면 준비해서 떠나야 하니, 하루를 버리는 느낌있는데, 이곳에선 다음날 오후 2시여서, 그 몇시간의 여유때문에 감사했다.(거의 매번 2시에 딱 맞춰 체크아웃했다)


사무엘 드 샹플랭은 프랑스에서 온 초기 개척자로, 정착자들을 위한 활동과 원주민들과의 교역등에 앞장섰으며 책을 쓰기도 한 사람으로 그 이름을 따서 샹플랭 공원이라 했다고 한다. 샹플랭의 근거지는  퀘벡이었고, 사방으로 다닌 사람이었다고 나온다. 알공퀸 외곽으로 나가니, 오타와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과 동쪽은 쾌벡주, 남쪽은 온타리오주로 나뉜다.  내친 김에 동부로 내빼보나, 하는 객쩍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좌편으로  돌아서 한참을 달렸다. 오타와강이 마타와 강으로 이름이 바뀌어 흐르고 공원은 그 근방에 있었다. 그곳에선 노쓰베이(North Bay)가 지척이다. 


이정표를 찍기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선듯 공원 입구에 그럴싸한 팻말이 보인다. 중간에 있는 그사람이 사무엘 드 샹플랭인가 보다.



우리가 예약한 캠프 그라운드는 징와코키(jingwakoki)로 원주민의 언어로 보인다. 넓기가 저택같았다. 내눈에 완벽해보이는 지점에 트레일러가 주차되어야 하는데, 언제나 약간씩 어긋난다. 손으로 밀어서 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옆으로 뒤로 앞으로 몇번 하다가, 이정도면 됐어, 하면서 삐딱하게 세워놓으면 내 마음도 조금 기울어진 듯 불편하다. 남편말에 따르면 나의 얼굴은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하니, 트레일러 주차후에 나의 실망감을 읽었을 것이다.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익숙해질 것을 알기 때문일지도.


이번에 그가 꽤 너그럽게 대해준 부분도 있다. 가령 두 사람 사진을 찍을때 내 마음에 들때까지 모델이 되어주었다. 결국엔 마음에 드는 사진 거의 한장도 건지지 못한 것은 사진발 안받는 내탓이니 어쩌겠는가? 사진발이라 우기면서 위로를 받자. 


첫째날 아침에 공원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가이드 하이킹을 했다. 늪지도 가고, 자연생태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서 점찍어두고 시간에 맞춰 갔다. 두명의 여자 직원이 공원 복장으로 우리를 맞는다. 필요할 줄 모른다며, 망원경까지 하나씩 준다. 그럴싸해보였다. 막상 숲속에 들어가보니, 아이들에게 자연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자연체험시간과 비슷했다. 산책에서 대단한 것만 생각하는데, 작은 것들에 주목하면 자연을 더욱 깊게 알수 있다면서, 오감을 이용해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작은 생물체 찾기, 눈감고 소리듣기, 냄새맡기, 자연에서 내가 좋아하는 색깔찾기등, 작은 게임으로 참여를 유도하는데  프로그램이었는데, 유치원생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참여자는 아이를 대동한 부모 2팀과 우리였다. 가이드는 온갖 몸짓 손짓을 하는데, 세상에 닳고 닳은 나는 그녀 말마따나 무엔가 대단한 것을 보고싶은 조바심이 난다. 그 장소에 맞지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지만, 남편은 즐거워했다. 우리집의 어린애는 남편이었다.^^그날 가이드는 작은 잎 하나를 따서 우리에게 조각을 내어서 주었다. 냄새 맡아보라고. 민트향이 났다. 카펫처럼 깔리는 작은 나뭇잎에서 나는 냄새로 기억되는 가이드 산책이었다.


동네 쇼핑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8월인데도 슬며시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있는 호숫가 풍경이 길을 멈추게 한다. 그 풍경들은 가을이 되면 아마도 견딜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으리라, 지금도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데 말이다.


숨을 잠시 멈추게 했던 공원내 다리 근처의 풍경, 가을이 되면 이 풍경이 어떻게 변할까,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오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이 빈둥거리며 하루를 느슨하게 보낸 기억이 난다.  남편은 마침내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낮잠자기, 책읽기, 물가에서 발금그고 멍때리기 등도 해야할 목록중 하나였다. 그런데 시간이 아까와 나는 낮잠을 자지 못한다. 그 시간에 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그동안 듣지못했던 아침묵상을 들으며. 사이트를 돌아보며, 그자리를 다녀갔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1960년대에 캠핑장이 조성되었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까? 소나무숲에서 떨어진 솔방울과 작은 가지들만 주어모아도 하룻밤 모닥불피우기는 넉넉해보인다. 자연도 사람들이 품어내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면서 생명활동을 한다니, 우리들도 자연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위로가 된다. 




이틀째 밤이 금요일이었다. 아마도 목요일에 연락이 왔을 것이다. 한국에서 "영화처럼 산다면야" 출판기념회가 한국시간 토요일 아침11시에 열리니, 시간이 되면 줌으로 함께해주면 좋겠다는 출판사 대표님의 "초청"이었다. 너무 기뻤다. 캐나다 시간으로는 금요일밤 10시가 될 예정이었다. 


만날 사람은 만나진다,는 말을 우리들은 한다. 아마도 우리는 그런 사이였을까? 옛것에 대한 기억이 당최 많지 않은 내게도, 다소곳하지만 강하고, 자연스러운 미소를 가진 그녀가 가끔씩 떠올랐다. 그녀는 잘 지낼까? 


대학을 졸업하고, 이름만(?) 근사한 직장에 들어갔다가 3개월만에 권고 해고를 당하고, 작은 출판사, 남의 문제집 베껴서 또다른 문제집 내는 해적 출판사 등을 전전했었다. 인생이 쓰고 썼다. 그러다 이름도 건물도 대우도 멀쩡한 중견 출판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곳이 캐나다 오기 전 나의 마지막 회사였다. 사장을 빼고 가장 기억에 남는 그녀. 사장의 신임을 받아서 비서도 하고, 그 다음엔 잡지 파트로 갔었지 싶다. 벌써 35년도 전에 헤어진 그녀인데, "영화처럼 산다면야"의 출판사 대표가 그녀의 이름과 같았다.


"영화처럼 산다면야"를 읽게 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하지, 언제나 조용한 나의 브런치방을 가끔씩 덥혀주는 브런치 작가가 있다면 밴쿠버에 있는 "동선 작가"님이다. 그분이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이 읽고싶어졌는데 그 마음을 살짝 비추자, 동선 작가님이 사인을 곁들여서 "공짜"로 이곳으로 책을 배송해 주시지 않았겠는가? (나는 그 고마움으로 책의 리뷰를 쓰기도 했다.)

https://brunch.co.kr/@mindyleesong/267


그러면서 나의 궁금증은 커져갔다. 이 책을 제작한 그 사람이 과연 내가 아는 그녀일까? 인터넷 수색에 돌입했다. 꼬리가 잡힐듯 잡히지 않았다. 마침내, 개별 연락 기능을 통해서 이러쿵 저러쿵 보냈는데, 그녀에게서 회신이 왔다. 맞다고. 많이 바쁜 그녀와 영상통화는 한번 했다. 길에서 봤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게다. 말을 하다보니, 그녀의 모습이 나온다. 그러니 출판기념회를 한다는데 많이 기대가 됐다. 전화기로 인터넷 시그널을 보니, 썩 좋지 않다. 좋은 곳을 찾아다녔다. 호숫가에 가니, 시그널이 조금 더 활발한듯하다. 그러나 밤이고, 사방이 어두울테니 그것이 문제가 될것 같다. 남편은 파워 스테이션을 갖고와서 조명을 해주겠다고 한다. 전화기에 있는 핫 스팟을 이용해서 노트북을 여니, 이게 웬일인가. 인터넷 접속이 거의 100% 원활하다. 그래서 트레일러안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남편은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며, 밖에서 장작을 지피며 있겠다고 한다. 졸리면 들어와서 자면 된다고,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출판기념회는 현장과 함께 줌으로 처음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기기를 이용한 신선한 계획이었지만, 현장과 매끄럽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동선 작가님도 보고,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몇분과 기념회 시작전 대화를 할수 있었다. 이연 작가님도 화면으로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다. 친구와는 손짓 정도로 인사를 대신했다.


중간에 남편에게 들어오라고 하려는데 불가에 아무도 없다. 어디 갔는가 했더니만 차에서 잠이 들었었다고. 자신이 비켜주는 것이 잘하는 남편노릇이라고 믿은게 틀림없다. 


마지막날 아침, 공원안에 있는 하이킹 코스중 하나는 돌아야 우리들이 세운 스스로의 체면차리기가 된다. 이틀이나 있었는데, 제대로 된 야외활동을 한가지는 해야할 것 아닌가? 적송 트레일(Red pine trail)이 괜찮다고 직원이 소개해줬다. 한참을 올라가니 마타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에 하이킹을 하고나니, 내려가는 길을 서둘러야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시간에서 많이 자유롭다가 시간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이 이야기를 마저 하고 마치자.


적송 트레일은 소나무 낙엽이 많이 깔려있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강이 마타와 강.


함께 하이킹을 하는 두 가정과 여러 사정으로 한동한 만나지 못했었다. 우리가 여행하는 중간 서로 소통이 되었는데, 임선생님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기억해주셨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집에 들르라고 하셨다. 마지막 피날레를 함께 할 좋은 기회였다. 그랬는데 갑자기 모텔을 예약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트레일러를 끌고 도시에 들어올 우리가 걱정되어서 두 가정이 올라오는 것으로 결정하셨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더많은 시간 함께 할수 있지 않겠느냐는, 너무 흥분되는 계획이었다. 우리가 알공퀸에 있는줄 알고 예약했는데, 우리는 이미 남쪽의 알공퀸을 떠나 북쪽 먼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말이다. 알공퀸 레이크 뷰라는 모텔과 우리 공원의 거리를 검색해보니, 2시간 걸린다. 지갑을 잃어버렸던 곳에서 계속 있었다면 최고로 좋을뻔했다.


처음엔 우리가 그분들곁으로 가려고 찾아봤다. 주립공원은 없고, 사설공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사설공원은 믿을만한 환경인지 알수도 없어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다. 금요일 랑데부는 결국 실현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두가정은 알공퀸에서, 우리는 위쪽에서 지내고 토요일 가는 길에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것이 우리가 서둘러 내려와야 할 이유였다.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예약한 곳을 취소하고 장소를 다시 찾을 수 있는가, 그분들도 예약사이트를 뒤졌다고 했다. 두 가정은 모텔이지만 밤에 모닥불도 피우고, 알공퀸 하이킹도 하고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임선생님은 그간 속썩이던 세입자와 법적인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가 좋게 나와서 기뻐하셨다. 이 나라의 사법체계와 사람을 대하는 법조인들의 자세, 시스템에 대해서 많이 놀라고 좋은 경험을 하셨다고 한다. 세입자가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 데도 나가지 않으면, 집주인들이 많은 곤란을 당하는 사례들이 이야기되는데 임선생님도 그런 와중이셨던 것이다. 함께 여행을 하고싶었지만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우리 둘이 떠나온 길, 마지막에 합류를 하니 함께 여행한듯 기뻤다.


캐나다는 아웃도어의 천국이라고 한다. 하이킹부터 자전거, 오토바이, 카누, 카약, 워터 보드, 낚시, 배 등 그 모양과 수가 나열할 수 없다. 텐트에서 트레일러, 오토 캠핑과 카테지까지 머물수 있는 방법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의 출발은 캠핑이고 제대로 깊게 즐긴다고 볼수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씩 그 길에 빠져들어가는 중이 아닌가싶다. 시간이 있을 때에서, 시간을 만들어서 할수 있는 것을 해보자, 이 정도까지 온 것을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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