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집으로 발령 나다.

3. 아빠 레버리지 효과

by 풍경소리


‘육아에도 성공과 실패가 있을까?’

처음에는 이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게 가능할까? 그런데도 나는 이 단어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성공’이라는 표현보다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당황과 걱정이 잦았다. 조금만 아파도, 평소와 달라 보이면 검색부터 하고 병원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러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니, 첫째를 키운 경험 덕분인지 한결 덜 불안했다. 오히려 첫째가 방치될까 걱정했는데, 정작 둘째가 더 소외되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는 참 신기한 경험이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라도 완전히 다른 성향과 속도를 가지고 자란다. 그러면서 나도 성장한다. 아이가 하루하루 새롭게 세상을 배워가듯, 나도 부모로서 배워간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성장의 경험을 주는 것처럼, 아이들도 나에게 성장의 경험을 선물해 주는구나.

아이와 아빠가 함께한 성장의 순간들

첫째의 ‘짜릿한’ 되집기 순간

첫째는 뒤집기보다 되집기를 먼저 했다. 그날은 아내가 외출한 날이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아이의 몸을 살짝 도와주며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몸으로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해 보게 그냥 둬 볼까?” 싶어 잠시 기다려 봤다.

그러더니, 아이가 스스로 되짚었다!

그 순간, 아들은 기쁨에 찬 얼굴로 날 바라보았고, 나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작은 몸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나의 감격. 눈물이 핑 돌았다.

물론, 그 뒤로 ‘뒤집기-되집기 지옥’이 시작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뿌듯했다.

둘째의 폭풍 옹알이

둘째는 첫째보다 빠르게 뒤집기와 되집기를 해냈다. 요즘은 폭풍 옹알이를 시작했는데, 나는 이 순간을 또 하나의 ‘성장’으로 기억하고 싶다.

왜 옹알이가 성장의 순간이냐고?

첫째를 키울 때의 내 실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첫째는 돌 무렵까지 말이 거의 없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우리가 너무 애지중지한 나머지 아이가 말을 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원하는 걸 척척 가져다줬고, 아이가 말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말을 대신해 줬다.

그 결과, 첫째는 옹알이를 많이 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걱정이 많았다. “혹시 내 아이가 말이 느린 건 아닐까?” 하고 불안에 떨며 검색하고, 육아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이는 결국 자기 속도로 말문을 텄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말을 잘해서 하루 종일 재잘댄다.

이 경험 덕분에 둘째에게는 다르게 접근했다. 아이가 옹알이하면 “그래? 그랬어? 아, 이게 필요하구나!” 하면서 반응해 주었다. 그러자 둘째는 더욱 신이 나서 옹알이를 이어갔다. 이 작은 차이가 언어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빠의 부족함, 그리고 배움

하지만 아빠도 실수를 한다. 둘째를 키우면서는, 너무 안아줬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안아줄 날도 줄어들겠지.” 싶어 품에 안고 재우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그 결과, 둘째는 자세성 사경(목이 한쪽으로 기우는 증상)을 겪게 되었다. 9개월쯤 되었을 때 병원에 가서야 물리치료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아직 어린 아기가 울면서 치료받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너무 안아준 탓일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 역시 부모로서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다. 다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부모에게 추천하는 두 가지 팁

1. 육아서 읽기

첫째를 키울 땐 육아서를 그리 많이 읽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를 키우면서는 틈틈이 책을 펼쳤다. 육아서를 읽으면 내 고민과 걱정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방법을 적용해 보기도 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육아하면서 바쁘고 졸린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이해한다. 하지만 하루에 5~10쪽이라도 읽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꼭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된다. 목차를 훑어보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 SNS 줄이기

SNS는 육아 정보를 얻는 좋은 도구이기도 하다. 아내도 SNS를 활용해 공동구매로 장난감을 저렴하게 사거나, 전문가의 짧은 영상을 보며 빠르게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육아 걱정에 검색을 시작하면, 알고리즘은 우리를 더 깊은 불안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걸 안 하면 아이 발달이 늦어질 수 있다! “는 식의 자극적인 콘텐츠가 끊임없이 뜨기 시작한다.

나는 첫째가 말을 늦게 했을 때 그걸 뼈저리게 경험했다. 검색할수록 불안해졌고, 그 불안은 아이를 바라보는 내 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자라고 있는데, 나는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 SNS를 너무 깊이 빠지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아빠도 성장 중입니다

육아는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부모도 함께 성장해 나간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아빠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나를 돌아볼 때, “우리 아빠가 함께 성장해 줘서 좋았어. “라고 말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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