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집으로 발령 나다

3. 아빠 레버리지 효과

by 풍경소리

‘너의, 아니 나의 첫 순간들’

아이와 함께하는 첫 순간들은 언제나 특별하다.

첫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는 교대 근무를 하던 시기였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면 이미 지쳐 있었고,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둘째 딸이 태어났을 땐 상황이 달랐다. 나는 육아휴직을 했고, 아내도 함께 맞휴직을 하면서 온전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둘째 딸과 함께한 첫 순간은 조리원을 나온 날부터 시작되었다. 태어난 지 보름 만에 다시 만난 딸은 갓난아기 특유의 주름진 얼굴이 사라지고, 탱글탱글한 볼을 가진 작은 존재로 내 품에 안겼다. 첫째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익숙할 줄 알았지만, 나와 다른 성별의 아이를 키우는 것은 또 다른 세계였다.

그리고 육아는 곧 ‘의식주’였다.

1. 식(食) - 분유 수유와 아빠의 역할

우리는 첫째 때부터 모유 수유 대신 분유 수유를 선택했다.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모유 수유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나 역시 적극적으로 분유를 타며 육아에 참여했다.

처음엔 분유 제조기를 사용했지만, 익숙해진 후엔 직접 계량해서 타는 게 더 편해졌다. 만약 첫 육아라면 분유 제조기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새벽에도 빠르게 수유할 수 있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부모에게 유용하다.

2. 의(衣) - 기저귀 전쟁

신생아에게 가장 중요한 ‘의’는 기저귀라고 할 수 있다. 출산 후 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마다 맞는 기저귀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체험팩을 신청해 몇 가지 제품을 비교했다. 흡수력, 착용감, 피부 자극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최적의 기저귀를 찾았다. 특히 밤에는 오랜 시간 착용해야 하므로, 흡수력이 좋은 기저귀를 따로 사용했다.

3. 주(住) - 잠, 그리고 100일의 기적은 없었다

잠은 육아의 핵심이다. 많은 부모들이 ‘5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적’을 기대하지만, 우리 집엔 그런 기적은 없었다. 오히려 ‘100일의 기절’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첫째와 둘째의 수면 패턴이 다르다 보니 둘째의 낮잠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수면 스케줄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했더라면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나는 밤에 주양육을 맡았는데, 같은 침대에서 자다 보니 아이의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깨곤 했다. 수면 부족이 심해지면서 육아 스트레스가 커졌고, 수면 코칭을 받았더라면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전문가 상담이나 수면 교육 관련 책들도 많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첫째와의 첫 순간 - 자연이 최고의 놀이터

첫째 아들과의 시간은 매일이 ‘첫 순간’이었다. 무엇을 함께할지 고민이었지만, ‘자연이 최고의 교과서’라는 말이 맞았다.

육아휴직 후, 아들과 매일 산책을 나갔다. 개구리알을 찾아다니며 작은 생명들이 변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았다. 도심에서 개구리알을 찾기 어려웠지만, 하천이나 공원, 개방된 능 같은 곳을 찾아보면 의외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모래를 만지고, 낙엽을 주워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연을 온몸으로 배웠다. 계절이 변하면서 아이도 변했다. 하늘의 구름을 관찰하고, 도토리를 줍고, 벚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보며 성장했다.

실내 활동도 중요했다. 비 오는 날이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육아방’이나 ‘서울형 키즈카페’를 이용했다. 이런 공간들은 무료이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었다.

또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아이와 갈만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같은 곳을 다시 가더라도, 아이에겐 매번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아빠의 레버리지 효과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일하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것’과 ‘온전히 육아에 집중하는 것’은 다르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돌보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면 같은 시간이라도 밀도가 달라진다. 아이와 보내는 순간순간이 쌓이면서 부모도 함께 성장하게 된다.

육아는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가 주는 보상이 있다. 첫 웃음, 첫걸음, 첫 말. 이런 순간들을 함께하며 ‘아빠’라는 역할이 더욱 단단해진다.

나는 육아휴직을 하며 ‘아빠 레버리지 효과’를 경험했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아이와의 관계가 깊어졌고, 아빠로서의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니,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말하고 싶다.

한 번쯤, 아이와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그 시간이 당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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