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배운 3년 동안, 내가 느끼고 배운 것들
악기와는 인연이 없는 줄 알았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고 학교 수업시간에 조금 배운 리코더 외에는 따로 배운 적도 없었다.
3년 전 아이들이 기타를 배우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라고 기타를 못 배우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기타를 배워볼까. 친구 엄마도 내 생각과 같아 함께 기타를 배우기로 했다. 망설이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한 것에 불과하기에 말 나온 김에 밀어붙였다.
시작부터 어려웠다. 악보도 볼 줄 모르는 나는 코드 외우기도 버거웠다. 매번 코드 잡는 손가락을 봐야 하고 코드가 바뀔 때 내 손가락은 한없이 허공을 맴돌다 기타 줄에 겨우 붙어 있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자연스럽게 옮겨야 해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조금 틀려도 괜찮아요. 안 보고 해야 늘어요." 기타 선생님의 의미 있는 조언도 무용지물이었다. 자꾸 손가락이 코드를 정확하게 짚었나 보게 되고, 코드를 옮길 때 손가락은 한 번에 착착 이동하는 것이 이나라 손가락 하나하나씩 천천히 이동했다. 정말 쉬워 보이는 것들이 다 쉬운 게 아니었다. 기타 선생님의 말이 범상치 않게 들렸다. 자꾸 틀린 것에만 집착하다 보면 무언가를 해낼 수 없다는 말. 작은 것에 에너지를 쏟아 내느라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익숙해졌지만, 기타 소리는 여전히 이상했다. 괴이할 정도로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럴 때 연주하는 내 팔은 조심스럽고 힘이 없다. 기타 선생님은 말한다. "자신 있게 하세요. 지금 굉장히 멋지게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조금 못한다고 기죽는 일이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어깨가 축 처지고 표정을 어둡게 가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의식적이라도 한 번씩 빙그레 웃어지면 조금 나아지듯 지금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하고 있다고 되뇌다 보면 분명 나아질 것이다. 현재의 실력보다 내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잘하는 척 좀 해보자.
기타를 배우러 다녔지만, 집에서 연습하는 일은 드물었다. 직장 다닌다는 핑계도 있지만 기타 연습에 열심일 이유도 딱히 없었다. 그저 하다 보면 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있었다. 물론 하다 보면 실력은 늘겠지만 진짜 느릴 수밖에 없다. 기타를 일주일에 1시간씩 3년을 친 나의 실력은 코드를 조금 자연스럽게 옮기는 수준에 불과하다. 남들이 이뤄낸 성과를 쉽게 본 것이다. 쉽게 이룬 것도 없고, 노력하지 않고 거저 얻어지는 것도 없다는 걸 배웠다.
삶의 다양한 의미를 일깨워준 기타를 3년 만에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괜히 서운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송화(박은빈)처럼 재능과 현실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뭐 그런 거창한 것도 아니었다. 3월 문예창작학과 개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토요일에는 강의를 듣고 책 읽기와 글쓰기에 좀 더 시간을 안배해야겠다는 이유였다. 은연중에 내 몸이 기타를 기억할 것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한 걸음 정도는 앞에 나아가 있을 것이다. 다시 달려도 문제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타를 연습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타와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잠시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게 될 그날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