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사를 한지 벌써 10일이 지나갑니다. 집은 거의 정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의 철 지난 애장품은 베란다 탈출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철 지난 애장품을 바라보는 제 마음에 대해 얘기를 드릴까 합니다.
부담 없이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나의 애장품들은 무섭게 변심한 애인 앞에서 먼지와 함께 가만히 내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DVD, CD, 카세트테이프, 오래된 책들... 나의 청춘이 길었던 걸까요. 내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걸까요. 기억이 선명한 애장품도 있지만, 기억에도 전혀 없는 애장품들을 만날 때면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무언가를 왜 이리 가지고 싶었던 걸까요. 명품가방이나 값비싼 장신구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음반과 책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이 물건들은 내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위로했을까요. '괜찮아, 내 곁에 있으니 언제라도 찾을 수 있어'라며 스스로에게 말을 했던 걸까요.
이사를 하며 다시 보게 된 그 소장품을 보니 대단하다, 놀랍다는 반응보다 구석에 잔뜩 쌓여 외면해 버린 나의 지난 시절이 보여 왠지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그렇게 열심히 썼고 모았지만 지금은 어쩌면 중요해지지 않아서일까요. 변심한 저는 지난날 연인을 마주하기보다 외면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그렇게 소유하고 싶었던 걸까요. 언젠가 볼 줄 알고 모셔둔 물건들은 다시 보지 않고 내 곁을 떠나기도 할 텐데. 한편으로는 여유롭지 못했던 유년기에 대한 보상일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무언가를 많이 가져보지 못하던 시간을 이렇게라도 대신해보고 싶었던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 또 지난날 내가 안쓰럽기도 합니다.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을 아닐 테니까요. 차곡차곡 천천히 음미하며 쌓아야 하는데 과식하듯 소장품을 갖기에만 급급했으니까요. 포장도 뜯지 않은 책도 있으니까요. 쉽게 사고 쉽게 잊어버리는 듯한 제 모습에 술술 새나가는 제 지갑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이사가 가진 의미를 크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날 나의 생활을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금번 이사는 놓치고 있었던 것, 눈감아 버린 것을 다시 마주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다시 내 삶을 다듬고 정리하겠습니다. 나의 지난날은 지났지만, 앞으로의 나는 빛 속에서도 빛날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