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주문이 되어 이뤄질 때

'말의 힘'을 믿으며 이사를 하기까지

by 이정인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쯤 길 건너 A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어요"


친구 엄마들에게 종종 이렇게 이야기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진척이 이뤄진 일에 대해서만 말을 하곤 하는 내 습관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참 이 말을 잘하고 다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집과 관련한 소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실현의 여부는 깊게 따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부터 마음속에는 담아두었는데 생각만큼 '이 집 팔게요'라고 말을 떼기도 왜 그리 힘들던지 2월 중순에야 부동산중개사무소에 집을 내놓았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직장동료에게 집을 내놓았다고 하니 자신의 집은 1년 만에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이사가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천천히 마음먹자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1달 동안은 거의 보러 오는 사람도 없어서 부동산경기 불황도 맞고, 직원도 말도 맞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4월 넘어서면서는 자주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오고 설마 설마 이 낡은 집이 팔릴까 노심초사하던 남편과 저의 마음은 기대에 차올랐습니다. 너무 서두르시는 중개사무소 대표분의 말에 한숨 고른다는 것이 그만 계약을 놓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뛰어난 영업수완을 자랑하는 곳이라 일사천리로 집도 팔리고 살집도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 가고 오는 날을 어떻게 조율할까 싶었는데 그것도 너무 잘 해결되었습니다.


처음 이 집을 대면했을 때 느낀 감정은 화사한 감탄이었습니다. 하얀 인테리어에 브랜드 있는 회사의 제품의 로고들이 눈에 들어왔으니까요. 인테리어 한 지 3~4년이 지났는데도 정말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어요. 하지만 예산보다 더 주고 이 집을 살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재정상황 등을 두루 살펴보고 최근 인테리어 비용이 상승한 제반 상황 등을 고려했습니다. 인테리어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기간 안에 입주도 할 수 없고 공사에 따른 여러 의사결정까지 해내기도 벅차보였습니다. 이 집보다 저렴한 집을 사서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해도 이 집만큼의 퀄리티가 나올 것도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사 갈 집에 대한 바람 속에는 몇 가지 TMI에 가 더 있습니다. 바로 아파트 동 사이로 숨어 살고 싶지은 않았습니다. 한쪽이 탁 트이길 바랐습니다. 최근에는 사람이 일렬로 앉는 자리에서는 가운데나 안쪽 깊숙이 못 들어가서 앉겠더라고요. 이 집은 도로를 바라보고 있는 데다 바깥쪽 집, 즉 외벽도 아니기에 겨울철에도 따뜻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말의 힘은 허풍쟁이가 아니었습니다. 말이 알게 모르게 나의 행동강령이 되어 나를 이끌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애지중지 중인 새집이 '빚'이 아니라 '빛'이 되려면 더 많은 주문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통해 내 삶의 에너지를 활기차게 이끌어나갈 일만 남았습니다.



**7월17일 발행 예정이었으나 늦게 도착했습니다.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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