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조금은 움직이는 삶에 대해
이사를 하면서,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빌트인 식기세척기, 빔프로젝트, 한벽을 다 채우는 책장, 푹신한 소파, 로봇청소기, 음식물쓰레기처리기.
이중 갖지 않기로 한 두 가지는 제목에 나온 로봇청소기와 음식물처리기이다. 둘 다 있으면 너무 좋겠지만, 또 즐비한 살림살이를 거느리고 사는 것에 대한 제동이었다.
10여 년 전 만난 생애 첫 로봇청소기는 정말 신기해서 샀다. 시간만 되면 알아서 척척척 집안 청소도 해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리저리 자유자재로 넘어드는듯 하지만, 바닥에 무엇이라도 놓여있다면 걸리기 일쑤였다. 아무 곳이나 가지 말라고 두 개의 수신기까지 놓아야 하니 이 당시 로봇청소기를 만든 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수신기는 잘 놓지 않게 되고, 흡입력은 힘에 부치기 시작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해 이사와 동시에 버려지는 신세가 되었다.
집안 어른들은 그 로봇청소기를 볼 때마다 한 마디씩 했다. "뭘 빨아들이겠어!" 그냥 처음부터 기계를 믿지 않았다. 왜 저런 걸 돈 들여 사냐는 표정들이었다. 성능에 의문을 표할 때마다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지인들은 오면 괜히 머리카락을 떨어뜨려 잘 빨아 당기나 보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를 튕겨내기 시작했다. 문턱이라도 넘을 때면 아까 모았던 먼지를 토해내는 어이없는 일이 진행되었다. 서비스센터로 고이 모시고 가 물었지만 이상이 없다고 했다. 로봇청소기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참. 빠뜨릴 수 없는 에피소드.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로봇청소기가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이 기겁했다. 아이들이 인지하지 못한 무언가가 움직이자 나에게 와락 안겨 울기도 했다. 엄마의 포옹을 부르는 이상한 물체이기도 했다. 그것도 몇 번 보다 보니 시간이 지나니 시시해졌지만.
두 번째 로봇청소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걸레청소기였다. 물걸레청소기임에도 청소용 물걸레가 촘촘히 먼지를 닦아 주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리저리 쾅쾅 부딪히는 저돌적인 자세였다. 사면에 이상한 충격흡수용 솜을 부치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래도 제법 소리가 컸다. 정말 첫 번째 로봇청소기보다는 유용했다. 이사 가는 집은 문턱이 없어 써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시간이 오래되니 배터리가 문제였다. 이미 초라해진 외관과 삭은 충격방지 스펀지 등 아쉬움은 켰지만 작별을 선택했다. 여기저기 또 부딪힐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냥 청소기를 들고 내가 움직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좀 편해보겠다는 나의 몸부림에 스쳐 지나간 로봇청소기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그냥 내가 움직이자. 운동이라 생각하자. 내가 먼지들을 찾아내자. 조금 불편한 것이 조금 더 미니멀할 수 있게 사는 비결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채우려고 채웠다가는 또 아닌 게 되는 일을 경험을 하지 말자는 얘기이다. 내 삶을 채우는 것은 어쩌면 조금 부지런함이 아닐까 싶었다. 음식물처리기도 너무 좋겠지만 매일 조금이라도 자주 버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꺼이 불편해지자. 너무 기대지 말자. 내 삶은 내가 채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