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익숙해지지 말고, 긴 신혼을 꿈꾸며
우리 집과는 현재 신혼이다. 집을 애지중지 최대한 흐트러지지 않게 상처 나지 않게 최대한 예의를 지킨다. 아직은 뭐든 좋은 것만 보인다. 맹세코 어디 가는 것보다 집이 좋다. 이사 이후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기분도 든다.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구, 무엇보다 행복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그저 함께 있어도 무조건 좋은 그 시절 첫 시작처럼.
그동안 아이 키우고 직장 다니고 사느라 집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사는데 불편하지 않게 음식 해 먹고, 잠자고 그게 다인.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돌아보니 우리 가족의 10여 년은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에만 골몰해 있었다. 그 안에서 있을 때에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여유가 없는 삶을 살고 있어도 그런 줄 모르는 가여운 사람이었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들이 있었다. 우선 최대한 물건을 꺼내놓지 않는 거였다. 미니멀 라이프로 가는 시작이다. 수납장에 대부분 넣으려고 노력한다. 집에 오면 즐비한 물건들에 숨이 막히지 않게 말이다. 화장대 구입도 고려했지만 충분한 욕실 수납공간 덕분에 화장품을 모두 담아 두었다. 그릇도 식기세척기를 쓰니 물이 흘러내릴 일도 없어 싱크대 위칸에 쏙 넣었다. 물론 어떤 때는 불편하다. 그런데 불편이 불편이 아니라 정돈된 삶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편하게 대하다 선을 넘으면 안 되니까.
물이 흥건하고 곰팡이가 군데군데 있는 욕실은 갖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이 자주 드나들다 보니 물이 마를 날 없던 예전 욕실은 아무리 곰팡이 제거제를 뿌려도 금세 관리 한 번 잘못하면 생겨났다. 사람들과의 관계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말 한마디로도 삐거덕 되는 것처럼. 샤워하고 나오면 최대한 물기를 제거하고 나오고, 수전도 한 번씩 닦았다. 환풍기도 충분히 틀고 문도 열어두었다. 욕실화도 두지 않았다. 처음 만나는 건식 욕실이다. 지금까지 나쁘지 않다.
모든 것은 수납장에 넣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만만한 게 아니다. 도저히 안 되는 것은 1차적인 시선에서 눈에 띄지 않게 뒤에 넣어둔다. 마치 장롱 한 칸을 통째로 비워두고 손님이 오면 집안의 잡다한 것을 모두 넣어두는 정리꿀팁처럼. 침대 뒤에 드레스룸 가벽 뒤로 물품을 두거나 베란다 쪽에 눈에 덜 띄게 모아두었다. 외부 사람들이 방문에서 잘 열지 않는 다용도실도 무언가를 쟁여두기 좋다. 맘 편한 것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 낯섦이 오래갔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했더니 아들은 이해한다는 듯 끄덕인다. 넓어지고 깨끗해진 집에 대한 감사함이 금방 익숙해지는 게 싫다. 신혼은 자고로 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