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하며 우리 주변을 감탄합니다.
산책을 더욱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 이사 오고 나서는 하루동안 모인 쓰레기를 바로바로 버릴 겸 저녁을 먹고 나서 산책을 나섭니다. 나이 들어 꼭 해야하는 식후 건강관리라는 명목도 빠뜨릴 수 없겠죠.
이런 변화에 대해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산책을 자꾸 하게 돼요."라고 하자, 친구 엄마가 내게 말합니다. "어머, 고작 길 하나 건너서 이사했는데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왜 이리 호들갑일까 싶지만 정말 달라졌습니다. 이전 집은 집을 나서면 한 동을 지나가야 공원 산책길이 나왔다면 지금은 내려오기만 해도 금세 산책길이 보입니다. 아이들 초등학교 후문이 보이는 길이니 더욱 익숙하기도 합니다. 마치 대학원에서 들었던 '스페이스 신택스'가 생각났습니다. 정확한 이론은 생각 안 나지만 보이는 것을 더 가깝게 인지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동선이 잘 맞아떨어져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일까요? 정말 찬찬히 걷는 일은 즐겁습니다. 혼자 걷기도 하지만 남편과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회사에서 있었던 황당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오늘 날씨와 매미를 비롯한 풀벌레들의 소리에 대해서요. 바람이 낙낙히 불어오는 날은 더 기분 좋게 걸을 수 있고, 물기를 무겁게 머금은 날에는 최대한 발걸음을 가볍게 내딛으며 매일 다른 산책과 만나고 있습니다.
엄마아빠의 산책은 아이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숙제가 밀린 날은 못나오게 했는데 어제는 아이들도 신나게 따라 나섭니다. 함께 따라 걸으며 매미들을 잡았다 놓아줍니다. 어릴 때는 그저 많이 잡는데 열을 올렸다면 긴 시간 기다려 우리가 아는 매미의 모습을 갖췄는데 정작 제대로 사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휘휘 날려 보냅니다. 그런데 우리 집 남자들 정말 대단한 게 매미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무슨 매미인지, 수컷인지, 암컷인지 바로바로 알아차립니다. 혹시라도 말매미나 유지매미를 찾아보고 싶지만, 아파트 근처에는 참매미들로 가득합니다. 커다란 나무에 나란히 놓인 매미껍질의 이색적인 광경에 와~ 감탄해 주며 연신 사진을 찍기 바쁩니다.
둘러보면 우리는 놀라운 일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각종 플랫폼의 쏟아짐 속에 시간쪼개기를 하며 바삐 보내다 보니 주변을 찬찬히 눈여겨 볼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산책하는 이 순간, 충만하게 여름을 느끼고, 꽉 잡아당겼던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습니다. 꽉 쪼인 구두가 아닌 슬리퍼로 그저 편하게 걷듯이요. 여름밤은 이렇게 마음을 따라 흘러가고 풀벌레 소리는 깊어집니다.
고작 길하나 건넜을 뿐인데, 삶은 여러군데 달라졌음을 알게 됩니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말 정말입니다. 고작이 고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 주변이 발견해줘야 할 것들이 많이 있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