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와 책장을 가까이 놓아보세요

그때그때 편하게 책을 자주 보게 됩니다.

by 이정인

정해진 위치는 아닌데, 소파와 책장을 나란히 놓아보았습니다. 하얀 벽에 빔을 쏘려고 소파를 책장 앞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배치가 의외의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소파에 편하게 기대어 이 책 저 책 조금씩 읽어보게 되는 묘미가 있습니다. 소파에 뒹굴거리며 보기도 하고, 소파 등받이에 팔을 얹고 쉽게 책을 보게 됩니다. 한 권을 진득하게 보지는 못해도 사두었지만 아직 소화하지 못한 책의 서문을 훔쳐보기도 합니다.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책을 읽을 때 정말 내가 이 책을 통해 정보를 얻어가야지 다부진 각오를 하며 자도 준비하고 공책도 준비하기도 합니다. 정말 꼭꼭 씹어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결심, 결의로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누워서 읽는 것은 어쩐지 힘듭니다. 책상에 앉아 온몸에 힘을 넣고 읽습니다. 아마 자기 계발서나 어려운 인문학 서적 같은 경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 읽기가 꼭 잔뜩 긴장하며 읽을 수만은 없잖아요. 책은 '지식창고'이긴 하지만, 휴식이 되기도 해야 해요. 그럴 때 소파에 누워 읽습니다. 밑줄도 삐뚤빼뚤 치기도 합니다. 키워드나 낯선 단어에서는 동그라미도 쳐봅니다. 그리고 느낌을 적습니다. 감탄사만 남길 때도 있고, 중요 표시로 별을 그려 넣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책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한 문장으로 내가 정리한 요약도 적어보기도 하고요. 왠지 책과 대화하는 기분이 듭니다.


소파와 책장을 가까이 놓으면 아마도 후자에 가까운 책 읽기가 가능해집니다. 책과 가까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 책 저책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듯 우리 집 책을 구경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내가 이 책을 샀던 이유들이 짧게 스쳐가며, 내 손에 쥐어졌을 때 어머 이런 내용도 있었구나 하며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책을 사두다 보니 뜻밖의 상황과 맞닿드리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는데, 아들이 말합니다. "엄마, 왜 <아무튼, 게스트하우스>는 2권이야?"."어머, 정말?" 한동안 남편이 미래에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싶다고 하길래 게스트하우스가 무척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읽어봐야지 하고 사두고 몇 개월 후에 또 읽어봐야지 하고 또 산 모양입니다. 그렇게 2권을 산 책을 만나게 됩니다. 진짜 이럴 때는 방만한 책 소비패던에 대해 대책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파의 위치에 따라 책을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가까울 수도록 더욱 친근해질 수 있다는 것은 책과 소파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이들도 무슨 내용일까 하고 이 책 저책 더 자주 책을 꺼내보더라고요. 그리고 책에 대해 질문도 이어집니다. 적지 않은 책들의 양에 과연 엄마는 이 책들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무차별 퀴즈를 냅니다.

"엄마, 강미강 작가 알아? "

"그럼 알지. 옷소매 붉은 끝동!"

"오호, 아네..."


소파가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면 책장 가까이 소파를 옮겨보세요.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다른 거실서재가 조성될 거예요. 책을 읽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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