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흐름 속에 또 다른 낯섦
집이 빨리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넓은 집, 깨끗한 집으로 이사 온 기분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어요.
3시간, 3개월, 3년이면 고비가 온다는데 3개월 여가 지나니 집이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지저분하게 널브러진 채 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안타깝게도 조금씩 빠르게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예상대로 전개된다 생각되었지만 새로운 모습은 아직도 많이 있더군요. 새벽녘 햇살이 스며든 고요한 거실입니다. 여름철 해가 들지 않게 블라인드를 많이 내려놓았다면 지금은 햇살이 거실에 들어오도록 활짝 개방해 둡니다. 덕분에 이른 시간부터 우리 집으로 들어온 수줍은 햇살을 만날 때면 이 순간이 너무 좋아 빨리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은 또 다른 풍경도 기대 중입니다.
아이들과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눈이 오면 좋겠는데"
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다 보니 눈이 온 마을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을 테니까요.
가만히 눈 내리는 거리를 상상해 봅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피어납니다.
어쩌면 집은 익숙해지는 게 아닌가 봅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하고 있다는 걸 몰랐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