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프릳츠 커피 컴퍼니 : 낯설게 하라.
커피와 물개는 무슨 연관이 있지?
2014년 처음 프릳츠라는 카페를 알게 되었고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커피에 담긴 물개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궁금해했었다. 답은 정말 어이없게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물개 캐릭터는 우연히 개발하였고, '프릳츠'라는 브랜드 이름 또한 다른 브랜드와 겹치지 않고 잘 기억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창업의 브랜딩>에서 프릳츠 대표(김병기)가 답하였다.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로고에 기업 철학을 담기 위한 작업을 할 때마다 그 정신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수시간의 고민 끝에 작업을 하곤 했는데,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라는 프릳츠의 브랜드 스토리는 나에게 뒤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욱이 레트로와 물개, 프릳츠라는 네이밍의 모든 조합은 모든 게 낯설기만 하였다.
프릳츠는 처음 마포에 1호 도화점을 냈었을 때도 임대료에 국한되지 않고 사계절이 일정한 품질과 빵,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한다. 양재의 2호점 또한 주택가 한 구석에 자리 잡혀있는데, 역과 가깝고 상권 좋은 곳에 커피점을 내는 것에 타사의 전략이라면 프릳츠는 오히려 불편하고 멀지만 고유의 매력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인다.
모든 것이 낯설고, 거리와 상권 조차도 고객에게 불친절한 이곳이 현재는 연 매출 80억을 육박하며, 마포 도화점, 종로 원서점, 양재점의 3개의 점포와 전국 550곳의 카페가 프릳츠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비스포크'의 전시장을 프릳츠 카페에서 진행하였고, 갤럭시 신제품의 굿즈를 프릳츠와 협업할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를 갖은 카페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비결은 무엇일까? 프릳츠의 매장은 물개, 커피와 빵, 그리고 레트로라는 서로 연관 없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그렇기에 프릳츠의 디자인은 낯설고, 나아가 새롭게 보인다. 사실상 프릳츠의 브랜드 톤 앤 매너는 90년대의 감성이 잘 나타나 있는데, 당대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물개와의 새로운 톤의 조화를 느끼게 하고 2000년대의 밀리니엄 세대들에게는 접해보지 못했던 과거의 감성을 느끼게 돼 된다. 그리고 이러한 레트로 감성은 현대와의 재해석을 통해 고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기법, 표현과 같이 낯설게 느껴지게 하고 이로써 새로운 디자인적 가치가 창조되어 요즘 시대의 뉴트로, 힙트로 등의 복고를 넘어선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게 된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브랜드 디자인이란 가치를 담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고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나, 기업의 정신을 넘어 그 시대의 분위기와 니즈를 잘 반영한 브랜딩 또한 고객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