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도전, 목수
설렜던 고백, 부담이 된 고백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격증을 땄고 그 자격증으로 집 근처의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했고 처음 몇 달은 일을 익히느라 정말 바쁘게 지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것중 하나는 인복이었다. 그리고 내 꿈 중 하나는 고마운 사람들에게 오래 변하지 않는 가구를 만들어 선물해 주는 것이었다.
남자친구가 되기 전, 다빈오빠와 처음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만약 친해지면 나중에 다빈오빠가 아기를 가졌을 때 아기 침대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남편이 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나는 내 꿈이었던 목수는 잊힌 지 오래였다. 분명 취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취업은 내 최소한의 돈을 벌기 위한 살기위한 수단일 뿐이었고 월급을 받으면서 목공방을 다니겠다는 내 의지는 일이 익숙해진 후에도 이미 뒷전이 되어버렸다.
“목공방 등록했어?”
내 일이 익숙해진 것을 눈치챈 남자친구는 만나자마자 저 말을 꺼냈다. 그때는 남자친구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의지가 꺾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싫었던 나는 이제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둘러댔고 남자친구는 나를 만날 때마다 물어봤다. 끝내 나는 목공방을 등록했고 다니기 시작했다. 막상 다니기 시작하니 가구 만드는 것이 재밌었다. 물론 딱 하나만 빼면 말이다.
한 번은 내가 만들어 보고 싶던 가구를 만들었는데 집으로 가져오기 너무 무거워서 남자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함께 공방에 가서 내가 만든 작품을 자랑하며 가구를 함께 택시로 옮기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쓰읍.. 근데 좀 아쉬워”
“응? 무슨 소리야? “
공방에서 내가 만든 가구를 자랑할 때도 칭찬 한마디 없던 남자친구는 택시에서 본심을 드러냈다.
“아니.. 사포질을 더 해야 할 것 같아. 부족해 “
내가 사포질을 싫어한다는 것을 결국 들키고 말았다. 분명 사포질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고 사용하는데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근데 내가 쓸 거고 이 정도면 충분해. 그리고 이 가구는 매끈한 텍스처를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야. 이게 더 느낌 있어.”
“그래도 판매는 못 할 것 같아. 300방으로 사포질 한 거 맞아?”
자존심 상했다. 500방으로 사포질 한 건데 300방이라니.. 그리고 사포의 숫자는 어떻게 안 거지?
“응. 이거 500방으로 한 거야. 500방으로 해도 이 정도야.”
사실이었다. 300방보다 500방이 더 고운 사포여서 보통 사포질을 할 때 300방 다음에 500방으로 작업한다. 하지만 300방이든 500방이든 더 충분히 갈아줬어야 했는데 나는 사포질을 하며 나와의 쓸데없는 타협을 했고 사포질이 충분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도 나는 공방을 다녔고 내가 만든 가구들의 사진을 보여줬지만 항상 똑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이건 매끈한 거 맞아?”
나는 의욕을 상실했고 결국 인정하고 말았다.
“오빠 나는 장인정신이 없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