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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꿍 May 08. 2024

오빠랑은 두 번 다시 결혼 안 할 거야

시작된 결혼준비


사람들을 만나 결혼을 했다고 말하면 배우자임을 한 번에 알아봤냐고, 아니면 사귀면서 알아본 거냐고 물어본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결혼할 시점에는 꽤 많은 이유들이 나의 남편이라고 확정해 주는 듯했다.

정말 확신하는 것은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에 확실히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그 달랐던 점들이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지만 정말 많은 위로를 나에게 주기도 했었다.


왜 나는 27살, 내 또래 친구들보다 더 빨리 결혼을 하려고 했을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때 내가 내 남편을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한다. 인정한다. 분명 내가 주도적으로 이 결혼을 진행시켰다.


생각해 보면 나는 초등학생 때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와 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모네 가족은 남미의 한 나라에 살고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모가 한국으로 놀러 왔고 중간고사를 보기 싫었던 우리 언니는 이모를 따라가 남미에서 공부하겠다고 해서 그 후로는 엄마와 단둘이 한국에서 살았다. 하지만 18살이 되자 엄마는 나를 놔두고 엄마도 남미로 떠났다. 그래서 나는 18살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혼자 살았다. (중간중간 엄마와 언니와 함께 살 때도 있긴 했었다.) 혼자 살면 좋지 않냐는 질문에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혼자 살기에는 큰 집에서 살았어서 집에 들어갈 때 아무도 없는 공허함이 너무 싫었다. 또 잠에서 깰 때 문득 내가 잠에서 깨지 못한다면 아무도 알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에 친한 친구에게 우리 집 열쇠를 주기도 했었다.

20대 중반에는 엄마와 언니를 한국에 불러오는 것보다 내가 가정을 먼저 꾸리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런 이유들이 결혼을 빨리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결혼 준비를 시작했고 남들과는 달랐던 내 예비신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았었다.


“나는 사실 결혼식 비용이 너무 많이 들잖아, 그 돈을 다 집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지금은 동의하지만 그때의 나는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가장 예쁠 나이에 (실제로도 그때가 제일 예뻤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인생의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고 하지 않는가. 나는 내 평생 그날이 없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고 올리기로 결정했다.


“나는 내 결혼식에 가는 게 아니야. 민지 결혼식에 참석하는 거야.”


이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심지어 나는 약속시간에 항상 늦는 남자친구 때문에 결혼식 전날까지 남자친구가 내 결혼식에 늦는 꿈을 꿨다.

그렇게 나는 나의 결혼식을 나름 성공적으로 치렀고 (다행히 남편은 지각을 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난 후 남편에게 결혼하고 어떤 점이 가장 좋냐고 물어봤다. 나는 나름의 달달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었다.


“음.. 결혼준비 안 하는 게 제일 좋아.”


웃음이 나왔다. 어이없는 웃음이었다. ‘나의 결혼식’을 하느라고 남편보다는 내가 더 신경 쓰고 준비했는데 말이다.


“나도 오빠랑은 두 번 다시 결혼 안 할 거야 ^^“





그리고 나의 도전은 결혼 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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