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퇴사
퇴근 후 남편과 나는 다음날 공휴일이라는 사실에 신나서 남편과 밖에서 외식도 하고 봄맞이 쇼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 내렸는데 우리 집은 길이 막혀있어 조금 돌아갔어야 했다. 남편은 쇼핑에 너무 지친 나머지 나에게 담을 넘자고 제안했고 나는 웃으며 싫다고 했다.
“빨리오라고! 내가 잡아줄게! 나는 자주 이리로 넘어 다녀”
내 눈앞에서 사라진 남편은 이미 쇼핑백들을 담 뒤로 던져놨고 자신도 넘고 있었다. 나는 몇 차례 거절을 했지만 격양된 남편의 목소리에 내 몸은 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편의 말에 홀린 듯 내 몸은 담 위로 올라갔지만 막상 뛰어내리려고 하니 너무 높아 보였다. 순간 나는 할 수 없을 거란 무서움에 뒷걸음질 쳤다.
“뽀각”
철퍼덕 넘어지면서 무릎에서 난 소리였다. 내 꼴이 우스워 얼른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날 수 없었다. 뒤에서 넘어진 나를 보고 웃던 남편이 심각함을 깨닫고 다시 담을 넘어 나에게 왔다. 바로 응급실에 가려고 했지만 별거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남편에게 부축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온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가며 내 다리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금이 가서 깁스를 하는 것이었고 깁스를 하게 되면 무려 한 시간이나 걸리는 직장에 어떻게 지하철을 타고 다녀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어제보다는 다리가 나아져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쌓여있던 집안일을 모두 끝내고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종합병원까지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걸어서 이동을 했다. 다리도 별로 부어 보이지 않아서 남편과 나는 정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고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께 상황 설명을 해드렸고 의사 선생님은 갑자기 MRI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비용이 꽤 드는 검사라 잠깐의 고민 끝에 검사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검사실로 이동하는데 남편이 말했다.
“민지 MRI 찍으면 의사 선생님께 안 아픈 거 들통나는 거 아니야? “
순간 짜증이 났지만 그러기엔 내 다리가 멀쩡한 것 같아 그냥 어이없다는 표정만 짓고 검사를 끝냈다. 의사 선생님은 내 MRI 결과를 보시더니 엄청 큰 주사기를 가져와 내 무릎의 피를 뽑아봐야 한다고 하셨다. 내 무릎에 주사기를 넣고 피를 뽑는데 고여있던 피가 나왔다.
“아..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네요, 수술 가능 한 날 바로 수술합시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