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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Jun 05. 2024

7. 필기체의 유혹

필기체 타자기 직구한 이야기

- 타자기가 18대 있는 타자기 덕후주부의 타자기수집 일지 -

처음 보신 분들은 이전글을 보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아름다운 밸런타인 타자기를 구입한 시기에 나는 1년여간 고민하던 필기체 타자기를 ebay에서 직구했다.


타자기 사용자 모임 카페 게시글에서 영문 필기체 타자기 타이핑 결과물을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필체의 타자기를 갖게 된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타자기처럼 수납하기 편한 작은 사이즈의 타자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리 찜해둔 타자기는 올리베티 사의 레테라 32라는 모델이었다.


Olivetti Lettera 32


필기체 타자기는 수동타자기 사용자 대부분이 갖고 싶어 해서 가격이 매우 비쌌다. 비싼 가격을 투자해서 직구할 만큼 내가 이 타자기를 자주 쓰게 될 것인가.... 고민하다가도 너무 아름다워서 무조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매일 ebay에서 'cursive typewriter'라던가 'cursive typeface' 'script typewriter'로 검색해서 내가 원하는 타자기가 있는지 검색했다.


Ebay 말고도 필기체 타자기를 직구할 수 있는 곳은 Etsy라고 하는 사이트인데 여기는 전문적으로 도색해서 파는 커스텀 타자기도 있고 아름답고 상태 좋은 타자기들이 많다. ebay보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대부분 기본적인 정비와 청소를 마친 제품들이고 간혹 한국까지 무료배송인 제품들도 있어서 시간이 나면 Etsy에서 타자기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취미가 되었었다.


어느 날  


내가 신뢰하는 '타자기 사용자 모임' 카페에서 내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던 회원님께 채팅이 왔다.

내가 찾고 있는 레테라 32 모델의 필기체 타자기가 저렴하게 올라왔다는 소식이라며 링크를 보내주셨다. 아니 매일 검색하고 오늘도 검색했는데 그런 가격에는 없었는데 이상하다... 하며 열어보았더니 정말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이게 정말 필기체 타자기가 맞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내게 조언을 해주시던 그 회원님 말씀으로는 영문타자기에는 숫자 1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소문자 l을 1로 쓸 수 있어서 대부분 숫자키에 1이 없다고 그렇지만 특수한 서체를 가진 타자기는  숫자키 1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타자기는 판매자가 필기체라고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숫자키가 1이 있는 것과 활자사진을 확대해서 볼 때  필기체가 확실하다고 안심시켜 주셨다.

특수체가 아닌 영문타자기 둘다 숫자키에 1이 없다.

판매자는 필기체라고 설명하지 않았고 그래서 가격도 일반 영문타자기 가격 수준이었다.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까. 고민할 필요도 없는 가격이라서 바로 결제했다.


드디어 나도 타자기 입문 1년 만에 필기체 타자기를 갖게 되는구나!


기다리던 택배가 왔을 때

우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은 17층....

공사하는 한 달간 모든 택배는 1층에서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부피도 큰 국제택배... 그렇지만 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나의 아름다운 새 타자기!

나의 첫 특수체 타자기!


앤디의 편지를 재빨리 타이핑해 보고

감동...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타이핑해 보았다.

대문자 E의 형태가 내 맘에 쏙 들었다.


Lettera32 타자기는 실제로 보았을 때 더 아름다웠다. 크기도 7시리즈와 거의 차이가 없는데  오히려 조금 더 작았다.

크로바 타자기는 플라스틱이라 내구성이 떨어지는 반면 Lettera32 타자기는 철제 타자기라 더 좋았다. 저 오묘한 색상이 보면 볼수록 우아하게 느껴져서 왜 이 타자기가 스테디셀러였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제 나의 타자기들은 작고 수납하기 편하고 누가 봐도 아름다우며 희소가치가 있는 수집품으로 보여서 나를 흐뭇하게 해 주었다.


첫 타자기와 함께 크로바 7시리즈 타자기 한 대를 당근마켓에 판매하여 레고 타자기까지 5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 한 번 맛본 직구의 늪.... 세계 곳곳의 타자기 수집가들의 물건들이 매일 새롭게 올라오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 나는 정신줄을 놓게 되었다.


이제 나의 취미는 독서 후 기록 남기기, 일기 쓰기 등등의 타이핑하기와 타자기 검색하기(ebay, etsy, 국내사이트)로  나뉘게 되었다.

타자기 구입을 위한 검색 자체가 취미가 된 느낌...




- 지난주 연재를 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입원하고 시술받느라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추후에 제 매거진 불혹의 부록에서 아팠던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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