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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Jul 31. 2024

사랑은 타이핑 중! 한국에도  타이핑 대회가 있다!

영화 속 타자기 이야기 4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이죠?


오늘 소개할 영화는 '사랑은 타이핑 중!'이라는 제목의 프랑스영화입니다. 우리나라 개봉일은 2013년 5월 22일 (아!! 이 영화 전단지 너무 갖고 싶어요)




1958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1950~60년대의 컬러감을 잘 살려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연출된 로맨스 영화입니다. 로맨스 장르는 즐겨보는 편이 아니지만 타자기가 제3의 주연쯤으로 나온다면 무조건 호! 호! 영화 시작을 알리는 영상까지 예쁩니다.



영화에서는 여러 가지 타자기가 나오는데 대부분 사무실에서 쓰이는 standard 타자기입니다. 오래 문서작업을 하려면 안정된 타건감의 스탠더드 타자기들이 손가락의 피로를 덜어줍니다. 크고 자리 차지해서 별로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은 타자기만을 고집했던 제가 이 영화를 보고 스탠더드 타자기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답니다.


한가한 시골 잡화점집 딸 로즈

고지식한 아버지가 주무신 뒤에 몰래 가게에  전시된 타자기를 꺼내 타이핑해 봅니다.


독수리 타법으로 이름을 타이핑하고 인쇄된 종이를 꺼내보는 로즈


이 표정 제가 타자기를 구입하고 처음 타이핑 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보험회사 사무실 비서로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본 로즈!  무시무시한 속도의 독수리타법 타이핑을 보고 로즈를 비서로 합격시킨 남자 주인공 루이!

그는 로즈에게  다른 가능성을 보고 계획을 세웁니다. 바로 피드 타이핑 대회 출전! 하지만 독수리타법으로는 빠른 속도의 다른 타자수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첫 출전으로 알게되고 숙을 하며 다음 대회 준비를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쓰는 타자기는 스위스 브랜드 Hermes사의 Ambassador 입니다. 독수리 타법이었던 주인공 로즈가 자판을 익히기 위해 컬러풀한 키캡과 네일컬러를 맞춰서 연습하는 장면이 너무 예뻐서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 교육용 키를 가진 Hermes 너무 갖고 싶다!!! 하지만 찾을 수 없습니다. 영화를 위해 만든 것인가 봐요.

우측 상단에 물감과 붓을 두어 타자기 키캡을 직접 튜닝했음을 알려줍니다.
여기도 매니큐어를 옆에 두었네요.

영화 속 Hermes Ambassador 교육용 키캡 타자기를 보고 교육용 키캡이 있는 타자기를 꼭 갖고 싶다 생각해Bantam 타자기(에피소드 10. 마지막 딱 하나)를 구입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영화 속 스피트 타이핑 대회!


타자기가 보급된 후 여성의 사회생활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피드 타이핑 대회에는 여성 참가자만 있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정보 '사랑은 타이핑 중'

이전 우승자를 이겨서 새로운 프랑스 대표가 된 로즈! 세계 대회에 출전하여 한국 참가자인 천재 소녀와 겨루게 됩니다.

그녀가 쓰는 타자기는 스미스 코로나 타자기를 한글로 개조한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입니다. (타사모 카페 레뜨로핏 님의 제보) 영화감독님이 나름 타자기에 진심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사랑은 타이핑 중! 은 OTT에서 현재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타이핑 대회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아직 타이핑 대회가 있는 걸 알고 계신가요?



파주의 '활판인쇄박물관'에서  5월은 초등생을 대상으로, 10월은 중학생~성인을 대상으로 '북소리타자기 대회'라는 아주 재미있는 타이핑 대회를 합니다.



제가 출전던 2022년 10월의 타자기 대회장으로 안내해 보겠습니다!


출처- 활판인쇄박물관 네이버 블로그
세팅 되어있는 타자기대회 타자기들                                     (출처 -  네이버 카페 타자기 사용자 모임 - 레뜨로핏 님)



한글타자기(2벌식), 영문타자기 둘 중에 하나 선택하는 방식이고 저는 4벌식 한글타자기 사용자라 2벌식은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영문타이핑을 선택했습니다.


제게 지급되었던 영문타자기 - 국산 마라톤 2000DLX


대상 1명 (한글, 영문 통틀어) - 영문타자기

우수상 2명 (한글 1명, 영문 1명) - 불변활자 도장

장려상 2명 (한글 1명, 영문 1명) - 다이어리


저는 불변활자 도장이 너무 갖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인 대회 전 자기 앞에 지급된 타자기를 테스트해 보기 위해 종이를 받았습니다.

타이핑에 문제없는지 저는 ' I will'을 타이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타이핑대회!!!!


타이핑할 원고와 A4용지를 나눠주셨고 대회 시작을 알리자 다 같이 열심히 타이핑하기 시작했습니다.


20분간 대회장에서는 타이핑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집중해서 타이핑하는 그 순간에도 그 점이 얼마나 흥분되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타이핑만 하는 시간을 갖게 되다니!!! 이런 대회가 있다니!!

타닥타닥 하는 소리만 가득했던 20분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오타는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하셨는데 자꾸 신경 쓰여서 back space와 /를 이용해 오타를 지웠는데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오타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시간을 낭비했고 오히려 오타를 더 돋보이게 한 느낌.


타이핑에 집중하느라 종이가 끝나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2번째 종이를 끼우고 몇 자 치지 못했을 때 20분이 끝났습니다.



오타 처리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깔끔해 보였을 타이핑 결과물...


아쉬워하는 제게 대회를 지켜보던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걱정 마!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타이핑하던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상 받을 거야. 기대 안 해도 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타이핑을 하면서 느끼긴 했습니다. 어딘가에서 엄청난 다다다다다다다 소리가 들렸다는 것을....


남편의 예상대로 기관총 쏘듣 타이핑했던 그분이 대상을 받았으며 저는 참가상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기관총 속도의 타자수는 바로 '타자기 사용자 모임' 회원분이셨어요. 그날 그 대회에 타사모 회원은 저를 포함해 3명이 출전했습니다! 위에 대회장 타자기 세팅 사진을 남겨주신 회원분은 장려상을 받으셨습니다.


이 즐거운 대회를 또 경험해 보고 싶지만 한 번 출전했던 사람은 참가를 자제해 달라는 주최 측의 안내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타이핑 소리가 가득했던 그 20분 한 번만 더 경험해보고 싶은 타자기 덕후의 마음을 헤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등 상품 불변활자도장을 아쉬워하자 첫째 딸이 나중에 자기가 나가서 받아다 준다고 했습니다! 내 이름 도장은 딸이 받아다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아이들과 저 각자의 애칭 활자 하나씩 사서 즐겁게 돌아왔습니다.



이 멋진 대회가 올해 10월에도 꼭 진행될 수 있길 바라며 많은 분들이 참가하고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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