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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Aug 14. 2024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타자기 덕후를 위한 위대한 영상

<타자기와 사랑에 빠진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로 네이버 시리즈온, U+모바일 TV에서 유료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간판마저 사랑스러운 이곳은  IBM에서 셀렉트릭이라는 위대한 타자기를 다뤄왔던 '허브'와 딸들 그리고 타자기 수리공 '켄 알렉산더'가 함께 일하는 타자기 수리 및 판매 shop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입니다.



샘셰퍼드, 톰 행크스,  존 메이어 등등 타자기를 사용하는 유명인들의 이야기와 19세기 타자기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은 수집가, 타자기를 분해한 부품들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 제레미 '메이어, 타자기 밴드 등등 (일부 등장인물들은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를 방문하게 되거나 평소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입니다.)이 시대에서 타자기를 사용하고 사랑하며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104분간 이어집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영화의 초반 짧게 나온 경매 장면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코맥 매카시'가 딱 한편을 제외한 모든 소설을 쓸 때 사용했던 올리베티 레테라 32 경매 중입니다.  성공한 모델이라 많이 제작되었던 탓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레테라 32지만 무려 21만 달러에 낙찰된 장한 타자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소박한 가격에 판매되는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내부에 전시된 타자기들

저도 예쁘게 소장 중인 사일런트 슈퍼 핑크도 보이고요.(이 타자기는 톰 행크스 형님도 딱 한 대만 갖는다면 선택하겠다 선언한 아주 멋진 타자기랍니다)






타자기수집가 톰 행크스 형님은 영화 속에서 250대 이상을 소장중이라고 했습니다.
배우이자 작가, 감독인 샘 셰퍼드
그가 사용하는 타자기는 Hermes 3000 입니다.


Jeremymayer의 인스타그램에 올려진 작품.  

타자기 부품을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는 제레미 메이어는 타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항의를 받는다고 합니다. 소중한 타자기를 부수지 말라는 거죠.

저도 타자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분해할 때도 마구 다루지 않고 살살해요


그의 귀여운 항변 ^^

언더우드 타자기가 작동할 때 모습은 정말 멋집니다.


그가 타자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 엄마가 언더우드 타자기를 쳤는데 타자기 내부의 움직임이 너무 신기했다고 합니다. 저도 어린 시절 성당 사무실에서 직원언니가 타자기 치는 모습을 보고 타자기를 좋아해 왔으니 그 마음이 무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타자기를 분해해 내부를 완벽히 파악하는 걸 고대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의 작업실에는 분해된 수만 가지의 부품들이 있는데 머릿속에서 구상한 모형의 딱 필요한 부품 찾아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그리고 타자기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많은 타자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비록 투자한 시간에 비해 잘 팔리지 않는 작품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점점 그의 작품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겠죠.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세계 곳곳에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랍니다.



샘 셰퍼드의 컴퓨터 작업이 싫은 이유

내가 타자기를 사랑하는 이유, 오랜 시간 타자기를 로망으로 생각하며 갖고 싶어 했던 이유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영상.  보는 내내 나를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에서 타자기를 구경하는 손님(리처드 폴트-작가)은 타자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과거로 여행하는 방법 중의 하나.
하지만 미래의 상징,
앞으로 일어나 뭔가의 상징

모든 게 효율적이거나 목표지향적일 필요는 없다.
과정 자체를 즐기자.
효율성보다 중요한 건 즐기면서 하는 것



그가 자신이 쓴 '타자기 선언문'을 스캔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그것을 본 세계 곳곳의 타자기 혁명가들이 자기 나라의 언어로 타자기 선언문과 함께 타이핑된 편지와 엽서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가 흐릅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은 저도 제 한글타자기 영문타자기(리처드 폴트가 타이핑했던 Congress typeface로) 2가지 버전의 타자기 선언문을 타이핑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리처드 폴트가 한글타자기 버전을 리그램 하며 자신의 블로그에도 올렸어요.  정말이지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의 보스 허브는 가게가 잘 되지 않자 건물을 팔기로 결심하고 오랜 수리공인 켄은 그 결정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빈스과랄디 트리오의 'ChristmasTime is Here'가 잔잔히 흐르며(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정말 멋집니다) 가게와 전시된 타자기 곳곳에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허브와 가족들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허브는 건물을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홈페이지를 만들고 SNS를 통한 홍보와 판매를 하로 했습니다.


리고 타자기 모임을 개최했습니다.

타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에 모여서 함께 즐기는 모습 정말 행복해 보여서 아름다웠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남자인 타자기수집의 세계에 가정주부인 저도 어쩌다 끼어들게 되었네요. 타자기 사용자 모임이라는 카페에서 몇 년 전 소규모로 했던 급번개모임이 꽤 즐거웠습니다. 언젠가 다 함께 전국모임 할 날을 꿈꾸며...



 타자기를 사용하고 사랑하는 (우리 같은) 미친 사람들, 과거의 물건을 통해 타임머신효과를 느껴보실 분들, 그리고 타자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캘리포니아 타이프 라이터'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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