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밟고 살아보자고 다짐하며
L, 새해는 잘 보냈니?
신혼이 정말 행복하다는 너에게 우야무야 넘어갔지만, 나는 새해부터 나의 짝꿍과 타퉜어.
늘 그렇듯 주제는 비슷해, 내가 짝꿍에게 가지는 마음가짐때문인데
왜 잠만 자?
피곤한데 잠이라도 잘 수 있는거 아니냐고 이해해주는게 어떻겠냐고 하는 너에게 다 말하진 못했지만,
일과 육아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내가 늘 더 많이 일하는데
왜 그 분은 (더 이상 짝꿍이라고 부르기 싫어짐....... ) 본인의 삶을 사는걸까?
같이 있는 시간에, 손 하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는 사부작 사부작 집을 정리하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무언가를 하는 반면 그 분은 언제나 아이와 함께 티비를 보거나 폰을 하더라구?
나는 아이케어하느라 샤워한 번 마음편하게 못하겠던데
그 분은 샤워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말리는 호사까지 누리신다니까?
밥은 먹고는 난 또 뭘하지 하고 고민하는 찰나
그 분은 배부르니까 한 시간만 잘께~ 하고 방으로 쏙(물론 몇 번의 애교와 나의 승인 이후에 가능.....)들어가
타고나기를 뭔가 움직여야 숨쉬는 것 같은 나와
꼭 쉬기를 원하는 그 분 사이의 갭이 얄~~ 미워 죽겠어 !!! !_!
내가 못되처먹은 걸까?
그 분은 꼭 맘편하게 "내가 잘 할께- 내가 앞으로 OO점을 고치면 되는거지?" 라고 하고
나는 마음 속으로 "아, 뽑기를 잘못했군, 이 상태로 60년 더 인가?" 하는 생각을 해. 인간은 쉽게 안바뀌니까
이러다가 생각이 좀 들더라고 내가 좀 더 긍정적이어지면 어떨까?하고
알지? 나 좀 감수성이 .... 아.... 예민한거 ? 아주 기분이 롤러코스터급이고 제자며 주변 친구들까지
그 분에게 결혼생활 하시느라 고생하신다고 하잖아? (쳇)
좋지 않은 기분으로 육아 서적을 읽는데 이런말이 나오더라
비관적인 아이는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원인이 영구적으라고 믿습니다. 원인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쁜 일도 계속해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낙관적인 아이는 일시적이고 변화 가능한 어떤 상태 때문에 일어났다고 믿기 때문에 나쁜 일에 함몰되지 않고 잘 극복해냅니다.
누가 내 이야기 이렇게 써 놓으랬냐구! 심지어 비관적인 아이는 나쁜일은 내 잘못이라고 생각한데 내 행동이 아니라, 즉
전면적 자기비난
을 한다는 거야.
이게 그 분과 나의 가장 큰 차이더라구. 우리집의 어린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다가
종종 내가 크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런순간인 것 같아. 무척 반가워 :)
음....
모든 잘못이 한명에게 100% 있다고 하긴 힘드니까
또 사실 나도 성격이 좀 이상한 부분도 있으니까 인정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도도 하고
애쓴 짝꿍(이제 짝꿍이라 부를 맘이 생김)의 공로도 좀 우쭈주하고
응응 그래야겠어.
이렇게 이야기 하니까 참 좋으다.
자기 비난이 아니라 내 행동의 수정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의식하고 수정하며
다음 일기에 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