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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개미 May 19. 2020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5

1부_월터의 상상은 언제 현실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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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_월터의 상상은 언제 현실이 되는가?



‘뭐야, 나 지금 하늘을 날고 있잖아?’   


시원한 바람과 구름의 수증기만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내 팔과 다리는 자유롭게 공기의 저항을 받으면서 날고 있다.    


마을 집들의 모습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동화 속 집들 같다. 


삼각형 모양인 지붕의 집들과 각자만의 개성이 보이게 꾸며진 마당. 


수증기 때문에 잘은 안 보이지만 7년 전 교환학생으로 잠시 7개월간 머물렀던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같아 보인다. 힘들게 보물을 찾은 사람처럼 가슴이 벅차고 행복한 눈물이 나올 것같이 속이 답답하다. 


그 마을은 내가 사는 서울 자취방 옆 동네인 것만이 친숙하다.     




7년 동안 그리워하면서 다시 가보지 못했던 이곳, 캐나다가 내 서울의 자췻방 옆 동네라니….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눈가가 시렸다.


얼마나 다시 가고 싶었던 곳인지. 매번 이런저런 핑계로 못 갔었는데.

취준생 땐 돈이 없어서, 취업 후엔 시간이 없어서.



그랬던 나의 추억의 캐나다의 작은 마을이 우리 집 근처였다.     

기쁜 마음으로 하늘에서 그 마을로 가까워지는 찰나     



“빰빰빠~ 빠빠빠 빠빠 빠빠빠 굿 모닝~”


알람이 울린다. 

눈을 떠보니 핸드폰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캐나다가 우리 집 근처였다니.’     

‘아?! 아…?’

‘꿈이었구나….’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손을 뻗은 그 순간, 사라진 환상의 꿈 그리고 깨어난 현실.

꿈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그 공간에서 제일 왜소한 존재가 된 듯하다. 

현실을 저항할 수 없는 작은 하나의 생명체.     


그래도 잘 잊고 살아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고작 7개월간의 기억인데…. 7년간 나를 괴롭히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을 악몽으로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는데 농도가 짙어질 뿐 내 무의식에서 사라지지 않나 보다.


기억이란 것은 참…. 내 현실을 답답하게 만드는구나?     

찝찝한 기분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새해가 와도 같은 일상의 시작이로구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의 주인공인 월터 미티처럼 힘든 현실에 닥칠 때마다 상상 하곤 했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을 이루는 상상.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서 여행하는 상상.

 하지만 눈을 뜨면 내가 바꿀 수 없는 현실이 그대로 나를 차갑게 마주하고 있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4년 1월 1일 오전 1시 15분, 2014년 첫날이었다. 7개월간의 캐나다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와 언니와 함께 연말 콘서트를 보러 서울로 올라갔다. 

언니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가수 휘성과 거미의 합동 공연이었다. 신나게 노래도 따라부르고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콘서트 마지막을 장식해줄 2014년 카운트 다운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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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모두 해피 뉴 이어!!!!”


하늘에서 종이 꽃가루들이 ‘팡’하고 폭죽과 함께 터졌고, 모두 하늘에서 떨어지는 종이 꽃가루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힘든 과거를 보내고 희망찬 새로운 한 해의 첫날을 맞이하는 듯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가수와 새해를 같이 맞이하다니! 마음 한쪽이 울컥하고 벅찼다. ‘같이 나이 먹는 구나.’ 이런 감성에 계속 젖어있고 싶었지만, 언니와 나는 급히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하지만 언니와 나는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버스는 이미 끊겨서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언니는 시간 때울 영화를 예약했다. 제일 빠른 시간에 시작하는 영화 (2014년 1월 1일 오전 1시 15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킬링 타임을 위해 예약한 영화가 마음의 큰 울림을 주는 

인생 영화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영화 주인공 월터 미티는 어디 가본 적도 없고, 특별한 경험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영화 초반 월터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상을 한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인사도 잘못 걸 만큼 소심하지만, 상상 속에서는 그녀에게 당당하게 다가가 말을 건다. 하지만 어느덧 그 상상에서 나와 보면 그녀는 이미 저 멀리 사라졌다.

구조 조정을 하기 위해 온 신입 상사에게 놀림을 받아도 그는 꿀 먹은 벙어리지만

상상 속에서는 역시 어벤져스처럼 뉴욕을 누비면서 그 상사를 따끔하게 혼쭐낸다. 

하지만 차가운 현실은 그대로. 그의 멍때림 (Zoning out)은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였다.     

그가 점차 바뀌게 된 것은 그가 다니는 LIFE 잡지가 폐간을 앞두고 마지막 잡지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찾기 위해 아이슬란드로 떠나면서 시작된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 상상했던 것들을 직접 경험을 하면서 영화 후반으로 가면서 점차 그는 상상이 줄어간다.

이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영화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하겠다.


2014년 당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캐나다로 가기 전과 캐나다를 가고 난 후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캐나다를 가기 전엔 난 겁도 많아서 혼자 국내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고,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다. 

그렇게 겁 많던 소녀가 혼자서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면서 여행을 했다니…! 자신감이 가득 찰 때로 찼었다. 세상 사는 것은 다 비슷하고 내가 용기를 내서 세상과 가까워지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이런 생각도 했었다. ‘이 정도의 자신감이면 한국 가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S그룹(대기업)도 껌일 것 같은데?’ 아주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었다. 뭐….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지금은 웃기지만

(기준이 S그룹 대기업이었다니. 쩝)     


하지만 요즘 나는 영화 초반의 월터처럼 변해가고 있다. 안정감이 더 좋아졌고, 무언갈 새로 시작할 자신감도 많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회사에 의존도가 높아졌다. 


때때로 일상이 힘들 때면 7년 전 캐나다 교환학생 시절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그리워하거나 

그때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 



자신감이 넘쳤던 그때.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다시 영화 후반의 월터가 되고 싶다. 

아직 난 젊은데 과거에서 살고 싶지 않아.


추억을 상상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다.      







다시 떠나면 현실을 더 잘 살 수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용기를 잃지않는 사람이 되어요.

@mingaemi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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