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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쵸 Oct 24. 2021

쌍수,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하나님 의버지

홑꺼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나에게 이변은 없었다. 홑꺼풀 유전자가 쌍꺼풀 유전자보다 우성 인자라고 하던데, 양가는 다 우성 세포 보유자로, 여자 친척들에게 쌍꺼풀 수술은 아주 당연한 의례였다. 여학교를 다닌 친척들은 이미 중학교, 고등학교 때 쌍꺼풀 수술을 마쳤고 남녀공학을 다닌(아마 놀림 때문)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할 계획이었다.


재수를 하게 되는 바람에, 두 번째 수능이 끝나고 압구정 성형외과 투어를 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면 당연히 해야 하는(?) 수술이라 자연스럽게 가긴 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갈등이 많았다. 홑꺼풀이 매력이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어머나를 외치는 원더걸스 소희, 아브다카다브라를 외치는 가인 등 홑꺼풀이 매력적인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자 흔한 쌍꺼풀보다 담백한 홑꺼풀이 개성 있다고 추앙받기 시작했다. 쌍꺼풀을 가진 친구들이 홑꺼풀이 더 매력적이라고 바람을 넣기도 해서 태어난 대로 살기로 마음먹고 결국 쌍꺼풀 수술은 하지 않은 채 20대를 보냈다.


흑역사가 많아 이미 돌이킬 수 없는데 30대에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된 것은 예뻐지고 싶은 욕심보다는 눈꺼풀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나는 안검하수로, 안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하면 아마 의료보험 적용도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살의 탄력이 약해지면서 (벌써..?) 눈 뜨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마침 퇴사하고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바로 유명한 성형외과에서 수술 날짜를 잡았다. 사실 20대 때는 수술이 무서워서 안 한 이유도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겁이 없어지는 건가... 아픔에 대한 무서움은 많지 않았다.


수술 후 광명을 찾았다. 원래 이마 근육으로 눈을 떴는데 눈 근육으로 눈을 뜰 수 있게 되면서 눈의 피로도도 줄었고, 속눈썹이 눈을 잘 찔렀는데 이젠 찌르긴커녕 눈꺼풀에 숨겨졌던 눈썹까지 나와 속눈썹도 길어졌다. 아브라카타브라 유행이 지난 지가 한참이지만 묵묵히 스모키 화장을 고수하던 내가 새로운 눈에 맞추어 자연스러운 눈 화장을 하게 되면서 인상도 부드럽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코시국에 더 빛을 발하는 쌍꺼풀. 마스크 생활이 당연시되면서 눈 화장은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홑꺼풀이 었으면 아이라인이라도 칠했겠지만, 요즘은 선크림만 바르고 나가는 날이 더 많다.


화장품 값도 굳고, 쌩얼의 자신감도 준 쌍수,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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