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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D Mar 04. 2024

교직생활 10년차, 전담은 처음이라서

시업식 전날은 늘 싱숭생숭해



2013년 3월에 첫 발령을 받고 작년까지 나는 줄곧 담임만 맡았다. 그리고 재작년을 기점으로 드디어 6개 학년의 담임을 모두 해봤다. 오래도 걸렸다. 신규 때 5학년을 맡게 된 뒤로 주구장창 고학년을 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뿌듯한 일도 많았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가장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선생님으로 생활하며 아이들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주변에서 고학년이 잘 맞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고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학교를 옮기고도 학교 상황 및 나의 선호로 한동안은 6학년 담임만 맡았다.






우연히 마음 맞는 부장님을 만나 나는 6학년에서 갑자기 1학년으로 가는 무모하고도 신선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알았다. 내가 생각보다 아이들을 아주 귀여워한다는 것을! (벌써 5-6년도 더 된 이야기라 아주아주 미화가 많이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매일 매일 너무 피곤하고 힘들고 지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도 다른 선생님께서 우리 반과 수업하시는 모습을 복도 창문으로 바라볼 때면 우리 반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보였다. 아이들이 집에 가고 나서 빈 교실을 바라보며 보고싶다는 생각도 했다. 나에게 엄청난 애정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아가들 잘 지내고 있기를.






나도 전담 해보고 싶다




초등교사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담임교사와 교과전담교사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담임교사는 말 그대로 한 학급의 담임이 되어 1년동안 해당 학급과 함께하는 교사고 교과전담교사는 과학이나 영어 같은 특정 교과를 전담으로 가르치며 여러 반에서 수업을 하는 교사다.






담임교사의 업무와 책임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반에서 벌어지는 모든 좋지 않은 일에 나는 늘 죄책감을 가졌다. 아이들이 놀다가 아주 작은 상처가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교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을 비롯하여 하루에도 백 번을 넘게 나를 찾는 아이들. 화장실 한 번 다녀오면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등교해서 하교할 때까지 온 신경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쏟아진다. 밀도 높은 일과 시간을 보내고 나면 탈진하듯이 교사용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곤 했다. (물론 소소하게 기쁘고 재미있고 웃는 일들도 많다.)






내 주변의 교사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는 교사 동료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전담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나 하나였다. 지난 2년 학년부장과 기능부장을 겸하면서 지칠대로 지치기도 했지만 담임이 아닌 내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늘 마음 한 켠에는 전담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담임을 맡지 않는다는 건 어떨까. 어떤 경험일까. 담임의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교과를 가르치는 일에 집중해보고 싶기도 했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낯도 많이 가리고 적응하는데도 오래걸리는 나는 우리 반, 내 아이들이 없다는 게 영 어색하고 낯설 것 같았다. 심지어 오늘까지도 적응이 안된다. 내가 담임이 아니라니! 우리 반이 없다니? 그동안 했던 대로 새로운 학년의 첫 날을 맞이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준비하고 각 교시별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이번년도에는 어떤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학급을 운영할지 고민도 해야할 것 같다. 내일 할 일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담임교사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된 올해,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인 한 해가 될 거다. 교직생활에서 1년 빼고 한 번도 가르쳐보지 않은 과학 공부도 해야한다. 조금의 융통성은 있던 담임 수업 시간보다 정해진 수업 시간에 맞춰 모든 반에 같은 수업 내용을 깔끔하게 전달하고 또 마무리해야한다. 벌써부터 괜히 부담스럽다. 개학은 선생님에게도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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