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아무르 Sep 30. 2023

사랑밖에 난 몰라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는데, 남동생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집에 없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 깊은 이야기를 하거나 사생활을 묻는 사이는 아니라 끊을까 하다가 그래도 그냥 끊으면 정 없는 것 같아서 흔해터진 질문을 하기로 했다.


“회사는 바빠?”

“아니. 요즘엔 괜찮아.”


동생은 인공지능 비스무리한 것을 연구한다. 비스무리하다는 말은 동생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도 잘 이해를 못 했다는 말이다. 내 뇌는 완벽한 문과뇌니까. 그래도 나는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전문가에게 듣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


“로봇이 인간을 정복하는 날이 올까?”

“아니. 난 안 올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마침 옆에 있던 아이들이 서로 삼촌에게 말을 걸겠다며 나서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다. 기술은 정말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까. 인간은 인간성을 잘 지켜내며 기술과 공생할 수 있을까. 진화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 등에 따르면 인류 진화에서 가장 '공격적인 자'가 '적자생존'한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협력하고, 반응하는 '다정한 자'가 살아남았다. (문화일보 최현미 기자 글 인용) 즉, 인간에게는 다정함이 힘이라는 것이다. 다정한 사람들이 짝을 짓고 후손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정이나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DNA는 사라지고 만다. 기술은 더 빠르게, 더 많은 것을, 더 편리하게, 타인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다정함은 느리더라도 고유한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찾게 해 준다. 우리가 다정함을 끝까지 지킨다면 기술은 인간의 영역을 모조리 정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정함은 인간인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힘이다.


지구가 자연 파괴나 지구온난화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연친화적인 상품이나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관심과 다정함의 승리일 것이다. 무관심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결국 이 지구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세대 간의 공존과 다음 세대의 미래에 관심을 보이고 신경을 쓰는 인간도 존재하기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호프 자런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인간의 고기 소비에 대해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래는 상당 부분 불명확하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인구가 늘어가고 있기에, 그들을 모두 먹이는 방법을 일찌감치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무시한 채 포크를 손에 들고 고기 한 조각을 더 먹는다면, 매일 세 번씩 손자들보다 우리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인간이 가진 사랑과 관심의 힘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훈련하고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 그것이 기술이든 지구 온난화든, 인간을 위기에 놓을 수 있는 것들과 맞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 친구 가족과 저녁을 먹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