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컷 젬스 (2019) - 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by 몽아무르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내가 영화에 관련된 일을 했다거나 공부를 했다고 하면 항상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을 이야기했었는데, 요즘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영화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내게 영화적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미지. 소리. 그리고 화면 안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정지상태 및 움직임으로 하나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으로 감정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하는 것.

나는 장르에 관계없이 (호러 빼고. 내가 못 보니까) 그 요소들로 마법을 부리는 감독들을 좋아한다. 소위 예술 영화라고 일컬어지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영화가 어떤 생각할 거리를 남기지 않더라도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마법을 보았을 때이다. 나는 그래서 아이리쉬맨이 그래서 좋았고 폴 그린그래스의 본 시리즈도 그런 이유로 좋아했다.
그리고 오늘, 그런 영화를 하나 더 발견했다. 언컷 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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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듬
이 영화는 달릴 때는 달릴 줄 알고 쉬어 가야 할 곳에서는 쉴 줄 아는 영화이다.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는 거기에 걸맞는 컷 사이즈, 편집 호흡, 배우들의 쉴새 없는 대사와 그들이 주고받는 호흡들, 카메라 움직임, 심지어 평범하지 않고 기괴한 음악까지도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흘러간다. 주인공이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인물이고 이야기도 그러한데, 내 심장도 같이 폭주하고 있으니 화면 안의 요소들이 영화적인 마법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인물의 상황이 조금 안정되 보이거나 안정되보이는 척 해야하는 상황은 또 거기에 걸맞는 호흡이 유지된다. 안정적인 카메라, 상대적으로 긴 편집 호흡. 그러면서도 뒤로는 여러가지를 생각해야하는 인물의 긴장 상태를 보여주는 클로즈업들.

아. 진정 컷들이 서로 맞물려 만들어내는 완벽한 흐름을 보면 가슴이 설레인다. 그래. 이것이 영화지. 이미지와 소리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감정. 그 마법이 이 영화에 들어있다.



2. 아담 샌들러
나는 아담 샌들러가 좋다. 왜냐하면 아담 샌들러는 어떤 영화에서도 아담 샌들러인적이 없기 때문이다. 배우 문소리가 어떤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배우가 자신을 완전히 비운 채 캐릭터가 되는 것은 어렵다고. 인간으로서의 배우 자신과 캐릭터가 1:9 든 7:3이든 어떤 비율을 가지고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연기 경험을 쌓으며 이 비율을 조절 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배우 송강호의 연기를 극찬하는데, 나도 그의 연기가 좋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늘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그 어떤 연기를 해도 캐릭터안에는 늘 같은 송강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마 문소리의 말대로 자신을 완전히 비운 채 연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송강호 뿐만 아니라 정말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다양한 연기에서도 어쨌든 배우의 자아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 같다. 그런데 아담 샌들러는 항상 나를 놀라게 한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면 이것이 정말 내가 아는 배우 아담 샌들러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인물이 되어 나타날 수 있는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털끝 하나하나 모든 움직임까지 정말 완벽하게 인물이 되어 있었다. 이런 아담 샌들러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면 정말 황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운로드.jpeg 머더 미스터리의 아담 샌들러


unnamed.jpg 레인 오버 미의 아담 샌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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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술과 같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흘러가는 인생.

영화는 미지의 민족적, 종교적, 문화적 집단에게서 미지의 손질되지 않은 보석을 얻은 한 인물의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며칠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실제 우리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수 많은 우연들이 인물들의 삶을 이끌어가는데 그것이 마치 원석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마법의 힘처럼 묘사가 된다. 사실 우연이 마법의 힘과 같은 것은 맞다.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되지 않고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나버렸다고 밖에 할 수 없지 않은가. 우리는 그런 설명할 수 없는 힘들에 이끌려 인생을 살아나가고 그 힘들에 웃기도 하다가 배신을 당해 울기도 하다가 어떨땐 속절없이 하늘로 가버리기도 한다. 항상 그 우연에 맞서 계획을 하고 행동을 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우연의 강력한 힘에 이길 수는 없다. 너무 운명론적인가? 하지만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이만하면 되었어. 내 노력의 결실이 보여. 하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또 다른 일들이 내 인생에 끼어들고 말이다. 그렇다고 슬퍼만 하고 우연에 무릎을 꿇으라는 것은 아니다. 될 대로 되라고 살라는 것도 아니다. 충실히 살다가 인생의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덮쳤을 때, 그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것. 그럴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길을 모색하면 된다는 것을 상기하면 되는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올라가면 내려가고 내려가면 올라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영화 앞, 뒤에 같은 이미지가 나온다. 그것이 원석에서 나오는 마법과도 같은 우연들에 의해 흘러가는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 때문에 영화를 한 번에 쭉 이어보는게 힘들다. 그래서 보통 두세 번 나누어서 보는데, 이 영화는 쭉 이어서 한 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좋았다는 거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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