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어업유산으로 지정된 맨손 낙지잡이
지난 9월 18일 신안군 압해도의 무지개마을 앞 갯벌에서 맨손 낙지잡이 장인선발대회가 열렸다. 2018년 11월 30일 해양수산부로부터 무안군과 신안군이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데 따른 이벤트였다. 국가 중요어업유산은 제주도의 해녀 어업과 더불어 남해 죽방렴, 지주식 김 양식, 천일염 산업, 보성 뻘배 어업 등 세대를 거듭하며 전승되어온 지역 고유의 전통 어법이 가지는 가치를 지키기고 보존하기 위해 정부에서 마련한 제도이다.
서양의 유럽 국가처럼 가내수공업 마이스터 제도와 형태가 비슷하지만 산업 분야가 다르다. 무엇보다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지속 가능한 산업을 유지하는 데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맨손 어업인은 서로 다른 연안의 갯벌에서 오랜 시간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가래를 써서 낙지를 잡는 어법은 노동 강도가 상당히 세고 힘들어서 청년도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 밤에 손전등을 켜고 갯벌을 다니는 횃불 낙지잡이를 고수하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마을 어른을 모시고 배워볼 참이다.
신안군수님의 축사가 끝나고 신안군 관내 섬 지역에서 추천받은 장인 후보자가 낙지잡이 행사에 참여했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소개된 장인들도 여럿 있었다. 어른들의 뒤를 따라 동행하며 사진 찍을 요량으로 바지 장화를 신고 한 손에는 작대기를, 남은 손에는 손전등 대신 카메라를 쥐었다. 섬마다 갯벌의 종류나 깊이가 달라서 과연 다른 섬에서 온 어른들이 적응할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모두 익숙하게 걸어 다니셨다. 밤에만 갯벌을 찾던 청년은 한낮의 그곳이 낯설었다. 낙지잡이 장소가 하필이면 깊고 무른 곳으로 한정되어 걷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말없이 낙지 구멍을 찾던 사람들은 어깨에 날개를 달았는지 눈 깜짝할 새 없이 저 멀리 가버렸다. 물웅덩이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발을 디디는 바람에 짠물이 카메라 렌즈에 튀어 묻기도 하고 얼굴을 적시기도 하였지만 이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알았다.
생업의 터전에서 사진을 찍는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 몸보다 카메라를 더 보살피고 아껴야 하니 낙지를 잡던 걸음과는 달라야 했다. 보폭과 속도를 최대한 줄였다. 초점을 맞추고 거리, 조리개 등 복잡한 구성 요소를 맞춰야 하니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때가 많았는데 발목에 머물렀던 깊이가 점점 깊어져서 허벅지까지 차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 장인들이 가래질하며 떠내는 갯벌이 신선한 흙내음을 풍겨서였을까? 보이지 않던 갈매기들이 하나, 둘 날아들었다. 어른 옆에 다가가기도 하고 발맞추어 종종걸음으로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였다. 바닷새와 어부가 만났다가 멀어지는 반복되는 풍경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담았다. 너무 뿌듯했다.
예정한 시간이 지나고 속속 심사 공간에 후보자가 모였다. 한, 두 마리씩 차이가 났지만 적게는 다섯 마리에서 많게는 스무 마리가 넘게 잡았다. 무게나 마릿수 등 심사기준에 따라서 심사가 이루어졌고 지난 10월 25일 압해도 송공항에서 열린 ‘섬낙지 축제’에서 낙지 장인증 교부식 했다. 맨손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에게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바다체험이나 레저와 생업의 기초이자 근간인 맨손 낙지잡이는 달라야 한다. 어디까지나 갯벌은 섬사람과 어민에게 우선하는 일터라는 점이 널리 홍보되어 올바른 인식이 전파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