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에 맞추어 지내는 청년 어부의 섬살이 이야기
하루에 두 번씩 물이 들고 나는 바다에 접한 서해안의 섬마을에서 생업을 잇는 청년 어부의 여정을 소개한다. 아버지를 따라 수면 위에서 바다농사를 짓다가 5 년 전 수면 아래 갯벌을 걷기 시작했다. 그 누구의 명령이나 주문을 받지 않고 온전히 청년 스스로 동선을 그리고 썰물 틈에 밤바다를 거닐며 낙지를 잡는 시간은 밤잠을 즐기는 대신 수고로운 생업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고귀한 자아실현이자 자연에 한 발 다가가는 과정이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물 때’라는 바다의 시계에 하루를 맡기는 이 자연스러운 경험은 청년의 사고와 시선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뭍에서 갯벌을 관망하며 그저 밋밋하고 기분 나쁜 잿빛의 땅으로 여겼던 관찰자에서 '갯일'의 뿌리인 맨손어업에 도전하는 1인칭 시점으로 입장을 달리하며 체득하고 느낀 점을 진솔하게 엮어내고자 한다. 한편 교육문제로 육지로 유학을 갔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귀향한 이 곳, 압해도에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한다. 도시인의 눈과 섬사람의 눈을 각각 하나씩 가진 청년이 가물가물한 유년시절의 추억을 안고 성인이 되어 찾은 고향. 섬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특수한 문화나 분위기를 거부하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뿌리내리던 시간을 '기억'이란 이름으로 대체하여 목소리로 담고자 한다.
* 홰꾼: 세대를 거듭하며 전승되어온 어촌사회의 전통 어법으로 밤에 물이 써면 특별한 장비나 도구를 쓰지 않고 갯벌을 걸어 다니며 낙지나 주꾸미, 소라, 돌게 등 바다생물을 잡는 어부를 지칭한다. 손전등이 없던 시절에는 횃불을 들고 다니면서 바다생물을 잡았는데 '횃불낙지', '홰낙지 잡이'로 불리는 이 독특한 어업형태는 '물 때'에 따라 한정된 자원을 잡는데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생업으로도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