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일은 고독하지만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런데이 어플 사용기
엉덩이 양 옆 아래쪽이 시큰시큰하다. 신발을 신으려고 오른쪽 다리를 무겁게 들어 올려 계단에 올리는 순간, 누군가 내 오른쪽 엉덩이를 세-게 비틀어 쥐는 듯한 고통에 자연히 얼굴이 찌푸려진다.
이게, 다! 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해, 누구나 그렇듯 올해의 계획 중 하나는 운동하기(덤으로 다이어트)였다. 그러나 찬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에 대체 무슨 운동을 한단 말인가. 나의 선택권은 '헬스'밖에 없었다. 새해 버프를 받아 초반 2주 정도는 매일 같이 운동을 했고, 그 좋아하던 술도 끊었다. 친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도 "나 요새 운동해서^^;"라고 말하며 소주잔에 생수를 채워 짠을 했더랬지.
퇴근 후에는 야근을 하는 날도 있기 때문에 나는 운동을 하기 위해 아침형 인간도 아닌 새벽형 인간이 되어야만 했다. 11시 전에 잠들고 6시에 일어나 헬스를 가는 부지런한 인생... 그러나 아침에 운동을 하는 일은 어지간히도 쉽지 않았다.
1. 아무리 일찍 자도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일은 힘듦
2. 출근 복장을 챙겨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귀찮음
- 신발을 따로 챙기기 귀찮아 하얀 스포츠 양말을 신고 샛노란 플랫슈즈를 신고 운동에 간 적도 있음
3. 출근 전 시간은 평상시에 비해 속절없이 빠르게 지나감
헬스라는 운동 자체가 재미없어 오래 지속하기 힘든 마당에, 여러 가지 이유들이 나를 아침의 헬스에서 자꾸 벗어나게 했다. 게다가 코로나 19의 습격까지! 운동을 할 만하면 갑자기 헬스장이 문을 닫질 않나, 운동을 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하질 않나. 결국 나는 끊어놓은 회원권 기간의 절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돈과 시간 모두를 버리고 말았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이다. 우리 엄마는 늘 말했지... 운동에 돈을 쓰지 말라...
운동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점차 힘들어지고, 너무 쉽게 피곤해지고, 무엇보다 작년에는 예쁘게 잘 맞았던 바지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서 있을 때는 딱 좋은데, 뱃살이 찌다 보니 앉아있으면 바지가 너무 딱 맞아 나를 조여 오는 것이다. 이건, 사이즈가 큰 바지를 사서 입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겠다! 의지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을쯤 몇 차례의 태풍을 겪고, 처서가 지나고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가(을에만) 뛰(는)여(자)', 소위 가뛰녀라는 별명을 가진 나는 가을을 맞아 다시 운동을 하기로 다짐했다.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운동은 오로지 '걷기'였다. 운동장을 걷고, 공원을 걷고, 러닝머신 위에서도 걸었다. 풍경이 바뀌는 곳을 보며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걷는 일은 즐겁지만, 운동을 목적으로 걷는 일은 지겹고 지겹고 지겨웠다. 어플을 이용해 친구와 걸음수를 가지고 경쟁도 해 봤지만, 역시나 오래가지 못했다. '걷기'는 나에게는 집중하기 어려운 운동이었다. 자유로운 손, 가빠지지 않는 숨 탓인지 걸으면서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했다. 자꾸만 확인하게 되는 메신저,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보다 보니 오래는 걸었지만 운동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쉽게 할 수 있지만 집중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해!
그때 우연히 '런데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30분 달리기'를 최종 목표로 24회에 걸쳐 초보 러너들을 트레이닝시키는 프로그램이 가장 유명했다. 이거다, 싶었다. 후기를 보니 다들 운동하는 것이 재밌다고 했고, 처음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해내는 자신을 보고 뿌듯하다고.
마음을 먹은 김에, 나이키 매장에서 거금 15만 원을 주고 예쁜 러닝화를 구입했다. 역시 초보는 장비빨이니까.
날씨도 갰다, 비도 안 오겠다! 새로 산 러닝화를 신고 집 앞 운동장으로 나갔다.
1주 차 첫 번째 프로그램은 앞 뒤로 5분씩 걷고, 중간에 다섯 차례 1분 달리고 2분 걷기
1주 차 두 번째 프로그램은 앞 뒤로 5분씩 걷고, 중간에 여섯 차례 1분 달리고 2분 걷기
1주 차 세 번째 프로그램은 앞 뒤로 5분씩 걷고, 중간에 다섯 차례 1분 30초 달리고 2분 걷기
오늘까지, 세 차례! 런데이 어플을 이용해 달렸다.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엄청나게 힘든 건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무거워진 내 몸뚱이를 움직이는 일은 고되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일이 얼마나 상쾌한지는 다시 경험하고 있다. 어플을 실행해 오늘의 코스를 시작하면, 코치가 끊임없이 말을 건다. 24개의 프로그램을 다 끝내고 나면 두 권의 책을 읽은 것과 같은 지식이 쌓인다고 하는데 코치가 말을 자꾸 하니까 그럴듯하게 들린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에어 팟을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코치의 목소리는 달리는 데 꽤나 힘이 된다. 우선 따로 계산하지 않고 그냥 걸으라고 하면 걷고, 달리라고 하면 달리니까 좋다. 시키는 대로 몇 번 하다 보면 오늘의 코스가 벌써 끝이 난다(생각보다 시간이 진짜 금방 지나간다). 달릴 때 지칠 만하면 코치가 말한다(정확하지 않음).
"달리는 일은 매우 고독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와 함께 달리고 있으니까요!"
"이제 30초 남았습니다.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뛰어봅시다!"
달리는 일을 멈추고, 걷고 싶다가도 코치의 응원을 들으며 다시 힘을 내게 된다. 그래서, 올 가을은 런데이 어플과 함께 열심히 달려볼까 한다. 고작 세 번 달려놓고 이렇게 거창하게 글을 쓰는 게 웃기지만, 이 글은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보겠다는 나의 굳은 의지를 전시하고자 하는 목적과 나처럼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런데이'라는 좋은 어플을 추천하고자 하는 큰 목적이 있다.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을 꼭 다 마치고 나서, '여전히 취미 #2, 달리기' 글을 꼭 쓰고 싶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