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료 벌다가 거북목이 되어버리겠네
우아하다. 고상하다. 있어 보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필라테스에 대한 이미지이다. 게다가 '교정'의 이미지까지 더해져 필라테스를 떠올리면 운동도 되고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에 쉽게 휩싸인다.
오랜 시간 공부를 해 왔고, 이제는 사무직으로 컴퓨터를 보면서 하루 종일 앉아 일을 하는 직장인으로 어깨는 점점 돌덩이처럼 굳고 매일 아침의 기상을 피로 곰과 함께 시작하는 것 같아 나는 그 고상한 교정 운동인 필라테스를 큰맘 먹고 시작했다. 6인 이내로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진행되는 기구 필라테스 수업은 한 달에 23만 원이었다. 무려 23만 원! 그렇지만 이대로 내 몸을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필라테스 수업은 역시나 돈값을 했다. 우선 너무 재밌었다. 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다 보니 내가 잘 되지 않는 자세도 기구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취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유연한(?) 나의 몸에 어려워 보였던 자세도 척척 잘 되니 어? 나 필라테스 체질 아냐?라는 착각까지 했다. 그렇게 운동에 흥미를 붙이며 쉽게 싫증을 내고 포기하는 내가 무려 세 달 가까이 필라테스 학원을 다녔다.
조금 기대했던 체중 감량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운동은 운동인지라, 캐딜락 위에서 스쾃를 빡세게 한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덜덜덜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기도 했고 봉에 매달린 다음날은 양치질을 하며 팔을 덜덜덜 떨었다. 아무튼 운동은 너무 즐거웠다(6인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며 창 너머로 보이는 1인 강의실 안에 있는 도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재밌었던 필라테스를 나는 계속할 수가 없었다.
1. 가격이 너무 비쌌다.
- 한 달에 23만 원! 아무리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고 하더라도 일주일에 꼴랑 두 번 나가는데 23만 원이라니. 게다가 고정된 수업 시간에만 참여할 수 있어서 출장을 가거나 야근을 어쩔 수 없이 하거나 피할 수 없는 약속이 생긴다면 수업과 함께 나의 돈이 날아가버린다. 그리고 막상 필라테스 수업을 듣다 보니 이건 일주일에 두 번 해서 될 운동이 아니고, 세 번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이라면... 수강료는 계산하고 싶지 않다. 자세를 교정하고 개선하고자 운동을 하는 건데, 이러다간 수강료를 벌기 위해 야근을 하고 다시 거북목이 되고..? 뫼비우스의 띠가 될까 봐 관뒀다.
2. 출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싶다.
- 학교에서부터 직장까지. 지각이라고는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는... 이제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운동하고 싶은 날! 운동하고 싶은 시간에! 운동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수업을 듣는 운동은 정해진 타임에만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를 옭아매는 기분이 들었다. 운동을 가야 하는 어떤 날, 퇴근 30분 전 너무 운동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수강료를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고 운동을 갔다. 물론, 막상 가면 또 열심히 하지만 가기 전까지의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
3. 운동은 편하게 하고 싶다.
- 필라테스 수강료도 부담되는 마당에 필라테스를 한다고 해서 새로운 운동복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몇 년 전 구입했던 레깅스와 마라톤 할 때 받았던 티를 챙겨 운동을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선생님뿐만 아니라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아리따운 운동복을 입고 수업에 들어왔다. 심지어 수업마다 다른 옷을 입고! 신경을 안 쓰면 그만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왠지 내가 비정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편하게 운동을 하고 싶었던 건데 운동복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기도 했고.
이상의 여러 가지 이유들이 겹쳐져 나는 결국 반년도 채우지 못하고 필라테스를 관뒀다. 경제적인 여유가 충분했다면 아마 일주일에 3회 이상, 그리고 개인 강습을 편하게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조금 더 연차가 차고... 월급이 오른다면 다시 시도할 마음은 있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로서는 실패한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