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

by 민휴


내 아이들의 아빠는

늘 바빴다.


새벽에 출근해서

저녁 늦게야 들어왔기에

아이들은 아빠를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이 되어야 만났다.


아빠가 아주 많이 바쁠 때는

며칠씩 아빠 얼굴을

못 보는 날도 있었다.


아빠가 늦게 들어와

잠든 아이들의 볼을 만지고

빙그레 웃으며 한참씩

들여다본다는 엄마의 말에

큰 애는 환하게 웃었다.


아빠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믿었다.


밤에만 볼 수 있는 아빠가

아이들에겐 숨은 반달이었지만,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았다.



* 네 번째 동시집 [진짜 진짜 궁금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