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주변에 풀을 뽑다 보면 풀이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예쁜 꽃들이 피어 있다.
이곳저곳에서 사계절 꽃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날아 들어오지만, 틈내서 거창한 축제까지 구경갈 형편이 못되는 나는 자잘한 꽃만 만나도 반갑고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너, 진짜 고생 많았구나! 엄청 예쁘다."
내 말이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조잘조잘 꽃에게라도 말을 걸어야 내 속이 시원해진다. 도통 말이 없는 옆지기와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여자 만이천 단어를 말한다는 조항을 채워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일하다가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다 보니, 일에 집중하지 않고 해찰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꽃이 피어있는 그 순간을 놓칠까 봐 급해지는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옆지기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진짜 예쁘지요?"
"그러네"
턱밑까지 들이댄 예쁜 꽃 모습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사진으로 찍힌 모습을 보여주며 풀이 아니라 "나도 꽃"이라고 항변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벚꽃이 한창이던 봄도, 가로수를 환한 꽃등으로 밝히던 배롱나무도 저물고 있다. 길가에 흔하게 피어있던 코스모스도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풀들이 피워낸 꽃들이 힘든 농사일에 자잘한 웃음을 만들어 준다. 오늘도 꽃처럼 환하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