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깊어가는 중

by 민휴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진 풍경이 가을색이다. 벌써, 은행나무도 노란 잎을 떨구고 비어 가는 가지들이 늘고 있다.



세 번째 맞이하는 농장의 가을이지만, 풍경의 기억들이 오롯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서 변해가는 가을 모습이 생경하다. 마치, 저 혼자 어딘가로 바쁘게 가려는 것 같다.



독한 감기 몸살을 떨치고 오랜만에 간 농장엔 블루베리 화분에 풀이 많아져서 뽑아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나서 그 일은 밀쳐 두고 카메라만 만지작거렸다.



텃밭도 나처럼 시들하다. 그래도 예전보다 무성해졌다. 물을 기다렸을 채소들에게도 오래 물을 주었다. 주인도 없이 열심히 채소를 길러 준 흙들에게도 고마웠다.



누가 보지 않아도, 자연은 제 할 일을 해 낸다는 것이 경이롭다. 기운 없다고 게으름 피웠던 며칠이 부끄러워졌다.



해마다 가을이면 힘들었다. 부지런히 산다고 애를 써도 눈에 보이는 별다른 수확도 없는 것 같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가늠하기 어려우니, 마음은 버거워 아프고 만다.



억새들 흔들림, 가을색 풍경들 탐스럽다. 이제, 일어나서 또 살아가 보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