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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Feb 16. 2024

한약 같은 이불을 덮다

블루베리 화분 위로

10개월 동안 부드러운 흙 위로 물 주기를 계속했다. 화분 안 흙의 높이가 많이 가라앉았다. 농한기에 복토를 해주면 새로운 흙에서 영양을 받아 나무에 좋다고 한다.



우리 농장의 블루베리나무가 처음으로 맞는 봄이라 복토를 한 다음, 그 위에 잣껍질을 올려야 된다. 봄이 되면 우후죽순으로 돋아날 풀도 예방하고 병충해도 막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호밀 섞인 흙에 피트모스와 왕겨를 혼합해 복토할 흙을 만들었다. 남편이 포클레인으로 압축된 피트모스를 깨고, 물호스로 물을 뿌려서 었다.(해면작업)



만들어진 흙을 포클레인으로 세 개의 리어카에 옮겨 담아서 화분의 골목마다 리어카를 끌어간다. 화분에 올릴 때는 삽으로 퍼 넣어야 한다. 나뭇가지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니까.

 


리어카를 운반하는 일은 기운 센 둘째가 맡았다. 첫날 작업할 때, 첫째가 훈련을 잘 시켰는지 형이 없어도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잘했다. 며칠에 걸쳐 작업을 마치고 둘째가 얼마나 홀가분해하던지,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책임감까지 생겼나 싶어 대견했다. 화분 위에 새 흙을 올려 주고 있자니 나무들이 새 이불을 덮은 것처럼 더 싱싱해 보인다. 마치, 블루베리 나무에 한약을 먹인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양동시장에 가야 할 일이 있는데 같이 갈 수 있냐?"


"언제 가시면 좋으시겠어요?"


얼마 전, 엄마의 호출이다. 양동시장은 광주에서 가장 큰 매일시장이다. 침대커버랑 이불이 필요하시다고 해서 고르고 내가 계산했다. 일을 다 마친 후에도 엄마가 한참을 구석구석 둘러보시더니 황금색 실크 이불 한 채를 또 사신다고 한다.


"그 이불도 필요하세요?"


"너 사주려고."


"이불 많은데 왜요?"


"황금색 이불을 덮으면 복이 오고 부자가 된단다."


한사코, 돈을 꺼내서 주인장한테 드린다. 두툼한 지갑이 우리 엄마 나보다 더 부자시다 ~ㅎㅎㅎ

엄마 덕분에 부자 되겠다고 했더니, 좋아하신다.



아이들을 키울 때, 해마다 성장촉진 한약을 지어 먹였다. 덕분에 잔병 없이 먹고 자랐다. 키가 컸으면 했던 바람은 유전적 영향이 커서 욕심껏 채우지 못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때, 시누님은 나에게 나이 들어서 아프면 안 된다고 한약을 지어먹으라며 해마다 봉투를 주셨다. 시어머니와 나란히 한약을 먹던 감사함이 생각난다.



흙을 올리기 전에 보이는 풀들을 뽑았건만, 흙을 올리고 물을 줘서 그런지 며칠새에 군데군데 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하루빨리 잣껍질을 올려야 봄맞이가 끝나고 다음 공정이 이어질 것 같다. 블루베리 나무도 한약을 먹이 듯, 이불을 덮어주듯 새 흙의 영양을 먹고 더욱 건강하게 자라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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