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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r 06. 2024

환영합니다~ "공간 이동"

별들내 앞으로 쏟아질 듯, 손에 잡힐 듯 그런 밤하늘을 본 적이 있다. 저녁 산책으로 걸었던 신안군 자은도 둔장 해변. 자은도라는 이름이 예뻐서 숙박까지 하게 되었던 섬.



2020년 여름휴가로 떠난 가족여행이었다. 1004개의 섬으로 유명한 신안군에 4개의 섬을 연결한 천사대교가 2019년에 개통했었다. 천사대교를 타고 자은도에 가게 되었다.

 


천사대교를 달리는 차 안에서 양쪽의 바다도 보였지만 하늘까지 뻗어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구간도 있었다. 그대로 차가 달리다가 떠올라 하늘까지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뱃멀미에 이어 긴 다리멀미도 있다는 걸 알았다.



자은도에서 해수욕장을 검색해 섬의 해안을 둘러보며 깊이 들어갔다. 백길 해수욕장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파도가 눈부시게 출렁였다. 한가로이 휴가를 즐기며 둔장 해변에 도착했다.



보통의 바닷가는 모래를 밟으면 신발이 모래에 묻혀 모래들이 신발에 들어오기 마련인데 둔장 해변은 달랐다. 모래가 단단해서 흙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가족단위 휴가객들의 갯벌체험이 이뤄지고 있었고, 아이들의 환호성도 평화로운 분위기라 반가웠다. 우리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펜션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마트장을 봐서 저녁을 지어먹고 밤산책을 나갔다.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자은도로 놀러 온 것 같았다. 하늘과 바다의 구분선이 없어지고 눈앞에 펼쳐진 공간과 땅도 하늘로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하늘이 그렇게 넓다는 것도, 밤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고 예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욕심 같아서는 반짝이는 별을 따서 주머니에 넣어오고 싶었지만, 내 마음에 셀 수없이 많~~~ 은 별들을 담는 것으로 대신했다.



어릴 때 보았던 밤하늘은 아득히 멀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찐 옥수수까지 먹은 포만감으로 평상에 누워 올려다본 별은 은하수를 건너는 여행자들 같았다. 내가 아직 세상만사로 머리가 지끈거리기 전,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기만 해도 좋았고 세상만사가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어린 날의 밤하늘이 팽창해서 천진무구한 삶의 생각들도 복잡한 관계들이 뒤엉켜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그렇다 해도 자은도에서는 맑음이었다. 빗금을 그으며 별똥별이 떨어졌다. "나 찾아봐"라며 숨바꼭질하는 별들의 놀이터였다.



내 아이들도 어디서나 반짝이는 존재이기를 아니, 벌써 서로에게 소중한 별인 그들이 있어 행복한 밤이었다. 도란도란 깊어가는 밤하늘에 별들의 속삭임도 파도의 철썩임도 자장가 같았다.



다음날은 '무한의 다리'를 처음 개방한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첫 손님이 되어 1004m의 다리 끝까지 걸었다. 무한의 다리를 걸으려는 새벽 여행자들과 반가운 인사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무인도인 할미섬에 내려서 신비한 모양의 바위들과 해안절벽을 보았고 바다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천사대교, 백길해수욕장, 둔장해변의 밤하늘, 무한의 다리 등 자은도의 여행길은 각각 다른  모습의 환상 세계로 공간 이동을 한 것 같았다. 자은도는 이름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운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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